텔레그램 CEO의 항변… “불만 있다면 체포 아니라 회사 고소했어야”

입력
2024.09.06 14:57
두로프, 프랑스서 체포 후 첫 입장 표명
"핫라인 있어, 텔레그램 무법천국 아냐"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텔레그램 내 범죄를 묵인한 혐의로 프랑스에서 조사받고 있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체포 결정에 항변 입장을 내놨다. 프랑스 당국이 CEO 개인을 체포하는 대신, 텔레그램 서비스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장문의 글을 올려 자신에 대한 체포 결정을 비판했다. 두로프는 "어느 국가가 인터넷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면, 그 서비스 자체에 대해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관례"라며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법률에 따라 제3자가 플랫폼 내에서 저지른 범죄로 플랫폼의 CEO를 기소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항변했다.

프랑스 당국이 체포에 앞서 협조 요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은 유럽연합(EU)에 공식 대리인을 두고 있다"며 "프랑스 당국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여러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최근 프랑스의 테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텔레그램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두로프가 체포 후 직접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두로프는 지난달 24일 프랑스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됐고, 나흘 만에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다.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이뤄지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 유포, 마약 밀매 등 범죄를 방조·공모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의 노력도 언급했다. 그는 "텔레그램이 완벽하지는 않고, 당국이 어디로 (협조) 요청을 보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것조차 우리가 개선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텔레그램이 무법천국(anarchic paradise)이라는 묘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수백만 개의 유해한 게시물과 채널을 삭제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로프는 범죄를 막기 위해 텔레그램 정책 등을 변경할 의향도 내비쳤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사용자 수가 갑자기 9억5,000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범죄자들에게 이용당하기 쉬워졌다"며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개인적 목표로 삼았고, 내부적으로 이미 이 프로세스를 시작했으며 더 많은 세부 사항을 곧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두로프는 500만 유로(약 74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상태다. 하지만 출국 금지 조치로 인해 프랑스를 떠날 수 없고, 주 2회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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