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다

입력
2024.09.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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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소의 근로자들이 탄소 포집·활용·저장, 이른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체로의 고용전환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 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의한 내용이다. 김문수 장관은 논의 중인 법안이 시행되면 노사 동수의 산업전환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충분하진 않지만 의미 있는 답변을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노총 조합원이 주축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해 질의한 것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주 사무실로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8기가 폐쇄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전환에서 소외돼 있으니 자신들을 한번 만나달라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여덟 분의 노동자들이 찾아와 본인들은 직장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안타깝지만 이해한다고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를 했다. 발전 직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스화력발전소로 재취업이 이뤄지지만 정비와 운전직무의 비정규직은 대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화를 나누며 이분들의 직무가 CCUS 분야와 연관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부가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육성하는 CCUS 사업을 설명드리며 이 분야로의 고용전환이 어떤지 여쭸다. 마침 한 분이 탄소 포집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말씀하시면서 조금의 교육만 받으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직무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답변을 하셨다. 한 분은 웃으시며 "탄소를 배출하는 노동자로 살다가 이제는 탄소를 포집하는 꿈을 꿀 수 있어 너무 좋다"는 말씀을 주셨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믹스 방향은, 석탄화력발전소는 축소하고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은 확대하고 수소생태계는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절실하고 올바른 정책이라 해도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이를 외면해선 안 된다. 더구나 에너지 믹스 정책의 성공은 당사자인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참여와 지지가 꼭 필요하다.

이들의 소속이 민주노총인지 한국노총인지, 어느 정당의 국회의원이 관심을 갖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는 이미 그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현재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배터리 화재로 커지고 있는 전기차캐즘,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 변전소와 송전탑 건설 및 해상풍력에 반대하는 지역 여론, 원전 확대의 어려움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겨우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예결위 질의에서 기후에너지 전담부서의 신설을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다.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는 지금의 기후위기 대응책으로는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역시 상설 기후특위를 구성해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김용태 경기 포천시·가평군 국회의원·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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