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소아마비 백신접종 끝나자마자… 이스라엘 공습 재개로 4명 사망

입력
2024.09.06 09:34
가자 중부 데이르알발라 병원 인근 타격
네타냐후, 휴전 협상에 "추진 중인 합의 없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에서 병원을 공습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위해 일시적으로 멈췄던 교전을 재개하고 나선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인근을 공습해 4명이 죽고 어린이와 여성이 여럿 다쳤다. 목격자들은 공습이 이뤄진 장소는 피란민들이 임시 거처로 삼고 있던 병원 마당이었다고 전했다.

공습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자지구 중부 지역의 백신 접종 작업이 완료됐다고 밝힌 지 불과 수시간 만에 이뤄졌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25년 만에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나타나자 백신 접종을 위해 9일간의 일시 교전 중단에 합의한 바 있다. WHO는 1단계 중부를 시작으로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 순차적으로 백신 접종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이스라엘군도 공습 사실은 인정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휘 센터를 겨냥한 정밀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밤 사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는 모두 최소 19명이라고 팔레스타인 민방위 당국이 밝혔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현재 추진 중인 합의는 없다"고 못박았다. 앞서 미 정부가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밝힌 데 대해 "분명히 틀렸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의 제안에 동의했지만, 하마스가 계속 거부한 탓에 합의가 무산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휴전 협상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 통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반복했다. 그는 "인질들을 석방시키고 가자지구가 다시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필라델피 회랑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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