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 이튿날인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일본 유학생들을 만난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시다 총리가 1박 2일의 촉박한 방한 일정 중 서울대에서 유학생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2015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강연 형식으로 서울대 학생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현직으로는 기시다 총리가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 일본 유학생을 만나는 건 '미래세대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총리 일선에서는 곧 물러나게 되지만, 유력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외교적 업적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목적에서 유학생들을 만나는 '이벤트'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5일 박철희 주일 한국 대사를 처음으로 접견한 자리에서도 "한일 간 협력·교류 확대 흐름이 더욱 견고하도록 윤석열 대통령과 제대로 논의하겠다"고 방한 목적을 밝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관계 개선은 기시다 총리가 스스로 첫손에 꼽는 외교 업적"이라며 "일본을 이끌어 나갈 미래세대, 더욱이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는 유학생들과 만남으로써 우호적인 한일관계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 역시 "일본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개선된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불안'"이라며 "장기적 우호관계 정착을 바라는 마음으로 젊은 세대를 향해 메시지를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간담회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게이오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과 닮은꼴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와세다대 강연 이후 30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일본 대학 강단에 섰다. '셔틀 외교'라는 명분에 더해, 마지막까지 두 정상 간 '브로맨스'를 보여주기에 적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뉴라이트 친일 사관' 인사들의 중용을 두고 논란이 있고,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 표현이 누락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처럼 역사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기시다 총리가 굳이 일제시대에 설립된 경성제국대를 모태로 한 서울대를 강연 장소로 택한 것은 뜻밖이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