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자동차 기업 볼보가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던 목표를 사실상 포기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감안한 결정이다. 최근 독일 폭스바겐이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등 전기차 시장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볼보는 ‘2030년 100% 전기차 생산’ 계획을 수정한다고 이날 밝혔다. 2030년까지 판매량 90~100%를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로 채우겠다는 게 볼보가 새로 제시한 목표다. 짐 로언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10년 내 전기차 완전 전환’ 준비가 돼 있지만, 고객 수요가 이전처럼 강하지 않고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며 “(원래의 목표 달성은) 몇 년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FT는 “볼보가 야심 찬 목표를 포기한 것”이라고 짚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하는 게 사실이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 엔진 차보다 20~30%나 비싼데,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가 구매 보조금 지급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올해 독일 전기차 보급률이 2023년보다도 감소한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국·유럽의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자동차 기업으로선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중국 이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옮겨야 하는데, 이 경우 생산 단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볼보는 관세 인상 대처를 위해 2026년 완공 예정인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FT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