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입에 갈팡질팡 주택대출, 실수요자만 피해

입력
2024.09.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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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잦은 말 바꾸기에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이 갈팡질팡하며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가계대출 실수요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주택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대출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 대출 업무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은행들은 지난달 25일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는 이 원장의 말에 따라 금리인상 대신 대출한도 축소, 다주택자 대출 제한 강화, 전세 대출 제한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런데 불과 열흘 만에 다시 실수요자 보호 언급이 나오자,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당국 눈치를 보느라 대출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이 원장과 시중 은행장 간담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는 대출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실수요자 피해 방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확실한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원장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원장은 지난해 말 은행에 ‘상생금융’을 압박해 대출금리를 인하했고, 7월 시행 예정이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부동산 시장 위축 우려를 내세우며 두 달 연기했다. 이후 규제 강화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가 폭발하면서 7, 8월 가계 대출 증가 폭은 16조7,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놀란 이 원장은 이번에는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주택가격 반등에 따른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한다”고 압박했고, 결국 은행들은 한 달에만 20번 금리를 인상했다.

왔다 갔다 하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부동산 시장불안을 키우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수년 내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에 무리해서 대출신청에 나서며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됐다. 또 실거래의무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주택구입 후 천천히 반환할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사람들은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힘들어져 곤란에 빠졌다. 간절한 내 집 마련의 꿈과 한계에 달한 가계대출이 모두 이 원장 입만 쳐다보는 이상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