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정말로 공산주의보다 자유롭고 행복한가

입력
2024.09.06 14:30
10면
레아 이피 '자유'

알바니아는 1990년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기 전까지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였다. 1979년생인 레아 이피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가 유년기를 보낸 알바니아에선 스탈린을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이피를 둘러싼 세계는 사회주의 붕괴와 함께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시내 광장의 스탈린 동상의 목이 잘려나갔고, 유일 공산당은 더 이상 유일하지 않게 됐으며 그의 부모는 "그 당을 지지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자유'는 이피의 10대 시절 기억을 22개의 짧은 글에 담아 정리한 회고록 같은 책이다. 소설 같은 문체와 형식에 문학 작품을 읽는 듯한 착각을 안긴다. 체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이 큰 틀을 이루지만, 그 사이를 채우는 건 가족과 세상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 그리고 가족 안에서 벌어진 사건과 가족들이 나눈 대화다.

이 책이 성장담에서 그치지 않는 건 끊임없이 자유의 의미를 묻는 저자의 사유가 담겨 있어서다. 사회주의 정권은 모든 종교를 금지하고 정치적 처형을 빈번하게 단행했지만, 모든 국민에게 교육, 의료, 주거를 보장했고 같은 시기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성평등을 실현했다.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며 서로 돕던 이웃의 연대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치솟았으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서유럽 국가로 가기 위해 아드리아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책은 서방에선 열렬한 환호를 받았지만 알바니아 일부 독자들은 "공산주의를 위한 변명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피는 언론인터뷰에서 두 체제를 모두 비판적으로 보았다고 해명했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