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체육계 '미투 운동'을 계기로 강화된 체육지도자 자격 요건 중,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국민체육진흥법 12조 1항 4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강제추행죄를 포함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사람 가운데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유예·면제된 날부터 20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벌금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체육지도자 자격을 취소하도록 규정한다. 2018~2019년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력 사건을 비롯해 체육계 미투 증언이 잇따르자 2020년 개정된 법 조항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는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와 관련된 부분이 이번 심판 대상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청 신청인 A씨는 강제추행죄로 2020년 11월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그가 갖고 있던 2급 전문스포츠지도사(축구) 자격도 취소됐다. 그러자 A씨는 자격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심판대상조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심판대상조항이 성범죄전력자 중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에게도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헌재는 A씨 주장을 물리쳤다. 우선 "범행 내용이나 정도를 개별적으로 검토해 임의적으로 자격을 취소하는 방법으로는 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일상적 체육활동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일반 국민 모두를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높고, 전문체육분야는 지도자와 선수 사이 엄격한 위계구조가 있어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을 확정받은 경우 일률적으로 자격을 취소하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분야가 한정적이라는 점도 짚었다. 학교운동부지도자 등 법률에서 체육지도자 자격을 필요적으로 요구하는 분야 외에는 자격이 취소된다고 해도 체육종목 지도 업무에 여전히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체육활동을 하는 국민들과 선수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체육지도자 자격 취소라는 불이익보다 훨씬 중요하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