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무덤' 거제씨월드서 새끼 돌고래 또 태어났다… 올해만 두 번째

입력
2024.09.04 17:30
지난해 7월, 올해 4월 이어 지난달 또 출산
동물단체 "불법" 주장에 정부 "법률적 검토" 필요


잇단 고래류의 사망으로 '죽음의 수족관', '고래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돌고래쇼업체 거제씨월드에서 지난달 새끼 돌고래가 또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신규 고래류 개체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에 이어 또다시 돌고래 출산이 이뤄진 것이다.

4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거제씨월드에서 새끼 돌고래가 태어났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큰돌고래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에 해당하는 종이라 수족관 내 태어난 경우에도 환경청에 신고해야 한다"며 "낙동강환경유역청을 통해 새끼 돌고래 출산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거제씨월드의 서류 미비로 인해 환경청이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출산한 개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제씨월드의 새끼 돌고래 출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거제씨월드에서는 지난해 7월 큰돌고래 '마크'에 이어 올해 4월에는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으로부터 이송된 '아랑이'의 출산이 확인됐다. 이처럼 수족관 내에서 잇따라 출산이 이어지면서 관련 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국내 수족관에서는 더 이상 신규 고래를 보유할 수 없다. 동물원수족관법 제15조 제2항은 '관람 등의 목적으로 노출 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폐사 또는 질병 발생 위험이 있는 종'의 보유를 금지했고, 해당 종에 고래목에 속하는 동물을 지정했다. 또 같은 법 제2조 '보유동물'의 정의에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서 증식된 동물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단체들은 수족관 내 출산이 불법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신규 보유 금지' 조항에 증식(출산)을 포함시킬 것인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거제씨월드는 암수 분리 사육 등을 통해 더 이상 증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즉각 조치하고 이미 불법 증식해 보유하게 된 신규 개체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끼 돌고래까지 부모가 겪었던 고통을 이어받아서는 안 된다"며 "수족관 내에서 증식한 돌고래를 몰수할 규정이 없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불법으로 보유한 개체를 몰수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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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거제씨월드에서 지난 10년간 죽은 고래류는 14마리에 달한다. 올해 2월에는 치료 중인 돌고래들에게 무리하게 쇼를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의혹을 받으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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