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재회한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첫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를 외치며 서로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홍명보호가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 등 우여곡절 끝에 출항한 가운데 비판적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과 손흥민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감독은 최근 여러 논란 속 비판적인 시선에 대해 "승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팔레스타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96위로 한국(23위)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돼 한국의 승리가 예측되지만, 다득점 등 내용적인 면을 신경 쓰겠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첫 경기고 많은 분들의 기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에게 많은 득점을 주문할 것"이라며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전에서의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의 두 스트라이커가 상당히 위협적이다. 또 조직적인 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상대가 좀 더 공격적인 측면에서 플레이를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허점도 있으니 우리가 반대로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좌우 측면에서 활약하는 등 2차 예선에서 좋은 장면들이 나왔다"며 "앞으로 어려운 대진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과 얘기를 해서 효율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3차 예선 B조에 속해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등 중동 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손흥민도 홍명보호의 첫 경기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손흥민은 "지난 1년 동안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위해) 많은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첫 경기의 스타트를 잘 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난 8개월간 4명의 사령탑이 바뀐 대표팀에 대해 "잡음도 있었지만 선수들은 항상 단단하게 버텨주고 있었다. 또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대표팀 선수들이 아닐까 싶다"면서 "이번에 처음 대표팀에 온 친구들도 있는데, 팀 내 분위기는 매번 좋았던 것 같다. 선수들은 좋은 마음으로 대표팀 소집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것보다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교체로 들어오는 선수들의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한다면, 많은 축구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임 감독을 경질한 이후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을 운영했다. 클린스만 감독 이후 5개월 만인 지난 7월 홍 감독을 선임했으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홍 감독 체제의 대표팀은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홍 감독은 정식 사령탑으로서 '원 팀'을 강조하면서 '손흥민 리더십'에 힘을 실었다. 홍 감독은 "저보다 주장의 역할이 더 클 수 있다"면서 "감독이 바뀌었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맞지만, 기존의 선수들과의 호흡, 리더십 등 앞으로 손흥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역할을 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불필요하게 가졌던 무게감이나 책임감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과 막내로 호흡한 이후 10년 만에 재회했다. 홍 감독은 "10년 전 손흥민은 아주 젊은 선수였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진 선수였다. 그동안 우리가 바랐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며, 잘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10년 만에 재회한 소회를 전했다.
손흥민은 홍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 리더십'을 언급했다. 그는 "10년이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면서 "감독님은 선장이시기 때문에 부드러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항상 높은 위치에서 선수들을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등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랐다.
한편 홍명보호는 팔레스타인과의 홈경기 후 10일 3차 예선 2차전인 오만(76위)과 원정경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