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흑자 품목 수가 2010년부터 계속 줄어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출 주력 품목인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수입 비중이 커진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수출 비중은 줄어들면서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4일 한국일보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을 통해 '2019년 대비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품목'을 분석한 결과 5년 전에는 대중 흑자 품목이었지만 현재 적자로 돌아선 품목은 66개였다.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무역수지가 가장 나빠진 품목은 이차전지 관련 '축전지'로 76억1,127만 달러 적자였다. 이 밖에도 △기타정밀화학원료(-51억3,358만 달러) △평판디스플레이(-45억8,113만 달러) △경유(-25억800만 달러) △의약품(-22억3,080만 달러) △자동차 부품(-21억8,946만 달러) △직접회로반도체(-20억5,284만 달러) 등으로 기존의 중간재 수출 품목에 집중됐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해 무역수지 흑자를 봤던 품목 수는 10년 넘게 꾸준히 줄고 있다. 2010년 237개였다가 2017년 192개로 줄어든 이후 2020년 172건, 2021년 157건, 2022년 146건, 지난해 142건으로 쪼그라들면서 33% 감소했다.
국내 주력수출 품목인 이차전지가 대중 무역수지 악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과 비교해 2023년 대중 무역수지에서 가장 큰 손해를 봤던 품목은 축전지와 기타정밀화학원료로, 이차전지 및 소재로 쓰인다. 2019년 약 68달러 수준이었던 두 품목 수입액은 지난해 226억 달러로 세 배가량 증가한 반면 수출액은 38억 달러에서 67억 달러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적자가 증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중간재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의 기술력과 자급도가 올라가면서 한국의 일방적 흑자 기조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 산업 투자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은 92.9%를 기록했다. 사실상 시스템반도체를 뺀 화학공업제품, 철강금속, 자동차, 플라스틱, 전기전자 등 대부분 품목에서 이미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사라진 셈이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최근엔 중간재로 수출했던 철강, 석유화학 등 중국의 저가 수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시장 입지조차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잘하는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협력해 이득을 볼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부품, 소재 등을 한국에서 수입하게 하는 것이다. 장 실장은 "앞으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수출과 생산 모두 많이 할 것"이라며 "시스템반도체, 기계류, 일반 기기 등 중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한 기술 투자로 중국과 같이 '윈윈'할 수 있는 품목을 특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