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또 때린 이복현 "우리금융 경영진, 부실대출 발본색원 의지 있나"

입력
2024.09.04 14:17
우리금융, 부정대출 알면서도 늦장 보고
우리저축은행, 캐피탈에서도 추가 대출
보험사 인수 "신문 보고 알아"...고강도 검사 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적정 대출 사태에 대해 "현 경영진이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또다시 직격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손 전 회장과 친인척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금융 전반의 시스템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되는 대출이 일어나게 한 것은 과거 일이지만 현재 경영진도 개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현 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을 봤을 때 소위 '나눠 먹기' 문화를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를 비판했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달 25일 KBS 일요 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우리은행이)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부분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며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금융이 자체 검사를 통해 손 전 회장 관련 부적정 대출이 있었고 350억 원 상당이 부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의도적으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후 금감원이 제보 등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은행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이 발견됐고, 이후에도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캐피탈 등 우리금융 계열사에서도 추가로 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이 확인됐다(본보 8월 30일 자 11면). 다음 달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고강도 정기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경영진에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가 묻는 게 맞고 저희(금감원) 몫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감독하는 측면에서 보면 그런 잘못된 운영이 결국 숨겨진 부실을 만들 수 있고 전체 수익성이나 리스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이 최근 발표한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원장은 "민간 계약이지만 인허가 문제가 있다 보니 어떤 위험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나 감독원이랑 소통해야 했는데 그런 소통이 없었다"면서 "그날 그런 계약이 치러진다는 것을 신문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는 리스크가 은행과는 다른 측면이 있는데 과연 그런 것들이 정교하게 반영됐는지에 대해 걱정이 좀 있다"며 우리금융 정기 검사에서 이와 같은 내용까지 포함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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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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