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중국 외교관들이 반(反)중국 시위대를 공격한 친(親)중국 시위대와 접촉하는 등 시위대 간 충돌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홍콩 민주주의 위원회', '중국 민주당' 등 중국 인권 단체들이 제공한 사진·동영상을 안면인식 소프트웨어(SW)로 분석한 결과 중국 외교관들의 행동이 파악됐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렀던 지난해 11월 14~17일 미국 전역의 35개 친중국공산당 단체 회원들은 대거 친중 시위에 참여했다. 반중국 성향 단체들이 당시 찍은 동영상에는 친중 시위대 한가운데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 주재 중국 영사관 소속 외교관 4명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주변에는 '친중 시위대'임을 의미하는 빨간색 스카프를 두른 인파가 가득했다.
시 주석 방미 기간 샌프란시스코 등에선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빈번했다. 당시 친중 시위대는 반중 시위대를 향해 주먹·발길질을 하거나 깃대로 위협했다. 화학물질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모래를 던진 경우도 있었다.
WP는 특히 "중국 외교관들이 때로는 과격 친중 시위대와 직접 접촉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관들이 과격 시위대와 수시로 대화하며 이들의 폭력 시위를 지원하거나 최소한 방관했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 당국은 친중 시위자들에게 호텔 숙박과 식사를 제공했고, 시위대 보호를 명분으로 60여 명의 사설 경호원도 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WP에 "우리는 일부 친중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시위했던 단체와 폭력적으로 충돌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표현·집회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주미국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일부 미국 단체들이 자발적인 환영 그룹(친중 시위대)에 대한 근거 없는 조사를 벌여 날조된 증거를 꿰맞췄다"며 "이는 명백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