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가족은 아예 청약 당첨을 기대도 할 수 없는 건가요?", "2000년도에 개설한 통장도 예비면 그냥 청약을 접는 게 나을까요?"
서울 강남에서 흔치 않게 1,000여 가구의 대규모 공급으로 눈길을 끈 '디에이치 방배'의 최저 청약가점 평균 점수는 70점으로 집계됐다. 4인 가족이 15년 무주택을 유지해 최고점을 받아도 청약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청약제도를 둘러싼 불신이 커지는 분위기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 10개 유형의 당첨자 최저 청약가점 평균은 70점이었다. 3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청약 최고 점수가 64점, 4인 가구는 69점이다. 적어도 무주택 기간을 15년 이상 유지한 4인 가족은 돼야 예비 당첨이라도 기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
1순위 경쟁이 233대 1로 가장 치열했던 전용면적 59㎡B는 당첨자 최저 가점이 69점, 최고 가점이 79점을 기록했다. 79점은 6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다. 청약제도상 청약 가점이 같을 땐 청약 가입기간을 따져 당첨자를 가른다.
59㎡B는 당첨 최저 가점 69점 기준으로 청약통장 가입이 2002년인 이들이 당첨권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2003년 청약통장에 가입한 69점 만점자는 예비 7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청약통장 가입자는 예비 당첨번호가 100번대 중반으로 밀려 사실상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용 114㎡A는 당첨자 최저 가점이 74점이다. 5인 가구 만점 점수다. 그럼에도 청약 경쟁이 124대 1로 치열했던 걸 고려하면 대략 무주택 기간을 20년 이상 유지한 이들이 당첨권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지는 일반공급 규모가 650가구(특별공급 594가구)에 달해 가점 경쟁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을 채워 청약가점 만점을 채운 이들은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령대로 따지면 4050의 중장년층이다. 과거에도 강남 아파트 청약가점 경쟁이 치열했지만 60점 중후반을 얻으면 그래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가점 경쟁이 치열해진 건 정부 정책 변화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가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청년층을 배려한다며 무작위 추첨 물량을 대폭 늘렸다. 전용 85㎡ 이하(투기과열지구)는 가점제로 100% 당첨자를 뽑았는데, 2년 전부턴 59㎡ 이하는 추첨으로 60%, 60~85㎡ 이하는 추첨으로 30%를 뽑도록 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9억 원 초과 주택에서도 특별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신생아 우선공급 등 특별공급 범위를 넓히면서 가점제 물량이 쪼그라들었다.
매년 만점자는 쏟아지고, 가점제 물량은 줄다 보니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통장에 공을 들인 4050 사이에선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황모씨는 "분양가 2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일정 수준 이하의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하는 게 과연 형평성에 맞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금수저를 위한 혜택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