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스스로 입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요

입력
2024.09.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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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의 이슈메이커]
김진주씨 국가 손해배상 소송 낸 오지원 변호사
"수사, 재판은 피해자에게 치유의 시간이 돼야"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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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득 사건 기억하시죠? 그, 진주에서 불 지르고 칼 휘둘러서 22명이 죽거나 다친. 그 사건 때 피해자 한 분이 정말 화난 이유가 뭔지 아세요? 배에 칼 맞은 가족은 병원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데, 형사는 안인득 뺨에 난 상처를 제일 먼저 치료하더라는 거예요. 말하자면 그런 문제의식이에요."

'법과 치유'. 변호사 사무실 이름치곤 특이하다. 판사 출신인 오지원(47) 변호사는 공익활동으로 성범죄·살인사건 법률 지원 등을 해왔다. 그러다 세월호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등에도 참여했다. 그때 느낀 건 우리나라 사법절차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너무 철저하게 배제되더라는 것이었다.

국가가 피고인에게는 "너는 처벌받을 수 있으니까 국가가 보호해주고 너의 권리를 인정해줄게"라는 식으로 행동하는데, 피해자에겐 되레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할 때나 부를 테니까 그때 나와서 증언하고 대신 위증하면 처벌할 거야"라고 접근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악성 민원인' 취급이 이어지다보니 피해자들은 사법절차에서 되레 상처를 받는다. 사법절차가 피해자의 치유 과정이 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의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포인트는 집요하게 성폭행 혐의를 밝혀 낸 쪽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되레 피해자 김씨라는 데 있다. 엄청난 사건을 당한 피해자의 충격과 한을,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어줄 수는 없었을까. 가해자는 1심에서 살인미수로 징역 12년형을, 2심에선 김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강간살인미수로 20년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개인의 사적 복수를 막기 위해 국가가 수사, 재판을 하는 것이라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씨에게 국가란 무엇이었을까. 오 변호사는 소송을 통해 그걸 묻고 싶다 했다.

조태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