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다음 달 말까지 새 사건을 맡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7, 8월에 새 사건을 받지 않았던 재판부가 신건 배당 중지를 두 달 동안 더 이어가는 것이다. 이 회장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어, 내년 1월 말 법관 정기인사 이전에 항소심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4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 13부(부장 백강진)는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두 달간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지 않는다. 해당 재판부는 이미 7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신건을 배당 받지 않았다.
법원 예규상 집중심리가 필요할 때 재판부는 법원에 신건 배당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에도 재판부가 먼저 요청했고, 서울고법이 다른 재판부 의견을 수렴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앞서 해당 재판부는 이 회장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11월 25일 변론을 종결(결심)하고, 선고일은 법관 인사이동(통상 고법은 1월 말) 전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첫 공판기일은 이달 30일이고, 10월 14·28일, 11월 11·25일 등 총 다섯 번 재판을 열 계획이다. 신건 배당이 추가로 중지되면서, 재판부 계획대로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에 관여해 삼성물산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제일모직 주가를 부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던 이 회장이 최소비용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확보해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4조5,436억 원 규모의 회계사기(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도 적용했다.
1심은 기소 3년 5개월 만인 올해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판결문만 A4 용지 1,600쪽에 이른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1,300여 쪽의 항소이유서와 2,000여 개의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한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 두 곳은 아직 배당 중지를 추가 신청하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항소심을 심리 중인 형사14-1부(부장 박혜선)는 5월 7일부터 7월 6일까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맡은 형사12-1부(부장 홍지영)는 6월 3일부터 8월 2일까지 새 사건을 배당 받지 않았다. 두 사건 재판부는 각각 이달 11일과 26일 첫 공판을 연다. 이후 심리 계획이 세워지면 필요에 따라 신건 배당 중지 요청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