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안 보여" 엘리베이터 전단지 뗐다가 검찰 송치된 중3

입력
2024.09.04 07:44
아파트 자생단체가 붙인 비인가 게시물 
경찰 "촉법소년 아니고 혐의 명백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전단지를 무심코 뗀 중학생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알려졌다.

4일 JTBC '사건반장'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8일 중학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양은 5월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있던 비인가 게시물을 제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JTBC '사건반장'을 통해 공개된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양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거울을 보다가, 거울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전단지를 손으로 떼어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집 현관 손잡이에도 같은 전단지가 붙어있자, 이를 떼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A양 가족은 돌연 경찰로부터 출석신고서를 받았다. 하자 보수 공사를 촉구하는 전단지를 게시한 아파트 내 자생단체가 경찰에 A양을 신고하면서다. A양 측은 해당 전단지가 아파트 관리단체의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전단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양은 얼마 후 경찰서로부터 재물손괴로 검찰 송치가 결정됐다는 수사 결과 통지서를 받았다.

A양의 어머니가 송치 이유를 묻자, 담당 형사는 "A양 행위에 위법성 조각사유가 없고, 혐의가 명백해 송치 결정을 했다"며서 "행동 자체가 형법에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 또한 촉법소년이 아니므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맞다"고 답했다.

경찰은 2022년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내려진 공동주택관리법 판례를 참고해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 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게시물에 대한 조치는 관리주체의 업무에 속하지만,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에 관해 관리주체가 임의로 이를 철거할 수 있다는 하위규정은 없다. 따라서 적법하게 게시물을 철거하기 위해선 부착한 주체에게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법원 판단이었다.

A양 측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경찰의 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은 검찰과 협의 후 보완 수사를 결정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용인동부서는 A양의 재물손괴 혐의가 성립하는지 추가로 살펴보고 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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