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에…"놀아서 좋다"vs"어차피 연차 못 써"

입력
2024.09.03 20:00
"국가 안보 관심 높이고 軍 노고 상기 계기"
사흘 연차 쓰면 9일 휴가…여행 업계 기대
"회사 쉬게 해줄 리가"·"비용 부담" 불만도

건군 76주년을 맞아 올해 국군의 날(10월 1일)이 3일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으나 온라인상에선 반기는 목소리뿐 아니라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징검다리' 휴일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만, 추석 연휴 2주 뒤에 두 번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해 장기 연휴를 즐길 '간 큰 직장인'은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정부는 3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해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상정해 심의·의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6시간 반 만에 재가해 확정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알림을 통해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국민 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면서 "소비가 진작돼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내수 경기 진작 목적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을 땐 추석 연휴부터 개천절까지 총 6일 연휴가 생겨 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이 시기 여행 상품 예약으로 같은 해 8월의 여행·교통 관련 온라인 쇼핑은 역대 최대인 2조2,000억 원에 육박했다. 인터파크투어 등 여행업계는 이번에도 연휴 특수를 기대하고 '10월 휴가 특가전'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직장인이 오는 30일과 다음 달 2일, 4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하면 무려 9일간의 장기 휴가도 가능하다. 연차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회사에 다니는 일부 직장인들은 "여행도 가능하겠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을 반겼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정모씨는 "다음 달 2일, 4일 연차를 내고 외국에 있는 가족들을 보러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의료 파업으로 일이 줄어 병원이 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차 직장인 민모(27)씨도 "올해 여름휴가를 못 다녀와서 이김에 가을휴가를 가려 한다"고 전했다.

"국가가 휴일 수당 대신 줘라"…자영업자 원성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만큼의 내수 경기 활성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추석 연휴(9월 16~18일) 2주 뒤에 개인 연차휴가를 사흘이나 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주류다. 이미 1일 해야 할 업무가 있어 출근해야 한다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이들은 "한 달 전 갑자기 생긴 휴일에 장기로 쉬게 해주는 회사는 거의 없다", "내수 진작이 목표였으면 차라리 10월 4일을 임시공휴일 지정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 커뮤니티도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직원에게 통상임금의 1.5배인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자영업자는 "나라가 수시로 지정한 공휴일엔 근무 비용 1.5배는 국가가 지원하라"며 "본인들이 쉬라고 정하고 공휴일 비용 추가는 업주가 내라 하는 게 무슨 경우냐"고 비판했다. "동네 장사인데 사람들 놀러 나가면 손님 많이 빠지겠다", "오피스 상권이라 아예 하루 문을 닫아야겠다"는 등의 푸념도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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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