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의 핵심은 결국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 어떤 논리로 '뇌물 혐의'를 적용할지로 요약된다. 딸 다혜씨 자금 추적이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송금 기록 조사도, 결국엔 검찰이 문 전 대통령 뇌물 혐의를 강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 성격이다.
법조계에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서 널리 알려졌던 경제공동체(함께 생계를 꾸려가는 사이) 개념이 문 전 대통령 사건에 적용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관련 경력이 없는 사위가 항공회사에 취업해 회사 대표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는데, 검찰은 이 회사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정부기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장 임명의 대가로 문 전 대통령 측에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다혜씨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문 전 대통령을 2억2,300여만 원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다혜씨의 전 남편(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는 태국 소재 '타이이스타젯'에서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일했는데, 검찰은 △그 기간 급여(매달 800만 원) △이주비 △주거비 등을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너간 뇌물로 보는 것이다.
사위의 월급을 어떻게 장인의 뇌물로 볼 수 있을까. 여기서 경제공동체 개념이 필요하다. 앞서 국정농단 재판에서 삼성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승마 지원을 놓고 특별검사 측이 제시했던 논리다. 당시 대법원은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과 민간인 최씨가 뇌물수수를 공모한 '공동정범'이라고 봤는데, 정유라씨의 말이 박근혜의 뇌물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때처럼 검찰은 딸 부부의 이득이 곧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는 셈이다.
실제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서씨(혹은 다혜씨)가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6개월가량 다혜씨와 문 전 대통령 부부 등 계좌추적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검찰은 ①다혜씨 부부가 결혼 후에도 문 전 대통령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고 ②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이후 경제적 지원이 끊겼다는 점을 파악했다.
검찰이 서씨 급여 등을 뇌물로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처우가 비정상적으로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서 근무하던 서씨는 경력과 전혀 무관한 항공회사 전무로 취업해 연 1억 원 이상 급여를 받았다. 서씨는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 등 임원 중 최고 대우를 받았다. 수익구조가 없어 모기업격인 이스타항공의 지원이 절실했던 당시 회사 상황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배임 재판 이후 취재진에게 "저는 타이이스타젯에서 받는 봉급이 1원도 없는데, 서씨는 일본인 기장을 제외한 임직원 중 월급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서씨의 취업 시기(2018년 7월)도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2018년 3월)과 가깝다. 이 전 의원 임명 전 인사 실무진 등이 '부적격 의견'을 표명했는데도 강행된 점도 고려 대상이다. 전주지검 수사팀은 이런 정황을 파악한 뒤, 문 전 대통령에게 부정행위 이후에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할 때 성립하는 '부정처사후수뢰'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전 의원 이사장 임명을 뇌물 범죄 시작점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과거 화이트리스트 사건 판결 등을 고려해 부정처사후수뢰 외에 '직접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수뢰 적용을 위해선 이사장 임명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청와대 업무 특성상 대통령이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공직자가 청탁을 받고 그 대가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토록 하는 '제3자 뇌물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 사이의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늘지만, 다혜씨 부부가 독립생계를 유지해 경제공동체가 아니라고 반박할 경우를 상정해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