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경북 구미시를 찾았다.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대구·경북(TK)을 방문한 건 당대표 취임 한 달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둘러보며 경제 현안을 챙기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들러 당원과 지지층에 구애하는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
한 대표는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구미에 오면 구미는 보수의 심장이라고 말했고 저도 그렇게 말했다"며 "앞으로는 대한민국 반도체의 심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고동진 의원도 동행했다.
한 대표는 당론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의 처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틀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까지 거론하며 여야 합의 처리의 군불을 땠다. 한 대표는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 문제에 있어선 정치 이념 빼고 다 같이 힘써보자고 (대표회담에서) 제안했다"며 "이 대표도 단 1초의 머뭇거림 없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참배하는 한편, 이철우 경북지사와 따로 만났다. 특히 이 지사는 과거 한 대표를 겨냥해 "잉크도 안 마른 사람이 당대표를 하겠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해 껄끄러운 사이다. 한 대표가 당권도전에 나섰던 지난 6월에는 이 지사가 면담을 사실상 거절한 적도 있다. 이 지사에게 손을 내밀며 관계를 개선하고 보수 민심에도 어필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 대표는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전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그는 이날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가 끝난 뒤 의료현장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대형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서 상황과 어려움에 대해 잘 듣고 왔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