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오도창 경북 영양군수가 깜짝 등장했다. 오 군수는 영상에서 "피식대학이 영양군 발전과 홍보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영양의 관광 명소와 대표 축제인 '영양고추페스티벌' 홍보를 제안드린다"고 본격적인 협업을 예고했다. 피식대학은 최근 2주 동안 자체 콘텐츠와 영양을 연계한 영상 10개를 올렸고, 채널 아트(프로필) 역시 '영양'으로 바꿨다. 지역 명소인 자작나무숲 달리기와 수하계곡 물놀이, 영양의 밤하늘을 소개했다. 피식대학 출연진들은 농가를 찾아 고추 따기 일손도 보탰다. 제작진과 영양군과 수개월간 논의해 온 결과다.
영양군도 화답했다. 영양군은 지난달 29~3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에서 피식대학을 공식 영양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군은 이번 축제에 15만여 명이 방문했고, 농·특산품 현장 판매 30억여 원 등 300억 원 이상의 홍보·경제유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피식대학의 진심에 상처 입은 영양군민들과 출향민들의 마음도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축제에 참여한 한 고추농가는 "군청이 슬기롭게 대처한 것 같다"며 "예년보다 고추도 매상이 더 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영양 출신 남준규(35)씨도 "처음엔 속상했지만 이번에 제대로 애프터서비스(AS)를 해준 것 같아 영양을 더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피식대학 구독자들은 "검정 옷 입고 사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로 뛰는 노력을 보인 걸 높게 평가한다"며 "영양의 특산품과 관광지에 대해서도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5월 피식대학은 '메이드 인 경상도' 콘텐츠에서 영양의 백반집과 제과점, 로컬푸드장 등을 찾아 "영양까지 와 먹을 음식은 아니다" "할머니 살을 뜯는 거 같다"는 등 비하성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318만 구독자 중 30만이 이탈하는 홍역을 치렀다.
7월 기준 영양의 인구는 1만5,452명.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울릉을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작다. 하지만 피식대학 유튜브 영상은 역설적으로 저출생 고령화에 맞닥뜨린 지역의 소도시를 화제의 중심으로 불러왔다. 한때 군민에게 상처를 줬지만, 지방자치단체와 크리에이터 사이에 새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지자체 홍보 담당 공무원은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한 피식대학과, 이를 기회로 삼은 양 측 판단이 잘 맞아떨어졌다"며 "지역은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기가 힘든데, 서로 윈윈하는 선례를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해당 콘텐츠는 영양군 특집을 끝으로 종료됐지만, 피식대학은 '영양특별시'라는 새 영상도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추가 애프터서비스도 예고했다. 오도창 군수는 "피식대학은 누구보다 진심 어린 사과와 행동으로 보여줬다"며 "피식대학과 협력을 통해 지역 홍보의 새 장을 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