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발주 입찰심사서 7000만원 받은 국립대 교수 징역 5년

입력
2024.09.03 16:00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발주한 용역 입찰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수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오세용)는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립대 교수 주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벌금 1억 원과 추징금 7,000만 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적 지위를 가졌음에도 명성과 영향력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러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주씨는 3월 LH에서 발주하는 건설 사업 감리용역 입찰 심사위원 자격으로, 감리업체로부터 특정 업체에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2회에 걸쳐 총 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주씨 측은 대가성이 없었고, 청탁 시점이 특정되지 않았으며, 평가 업무를 마치고 기술평가위원 지위가 상실된 상태에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수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재판부는 "기술평가위원으로 용역 관련 종합 심사에 따른 평가를 수행하는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업무를 마쳤는지와 관계없이 수뢰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실형 선고의 이유에 대해서는 "건설사업 입찰과 관련한 기술심사 평가의 공정성 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자행되어 온 부정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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