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이한 사유 없이 그냥 다니기 싫어서(단순 변심) 학원을 그만두더라도, 교습비를 환불해주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학원법 18조 1항 중 '학원 설립·운영자는 학습자가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학습자로부터 받은 교습비 등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1999년 학습자의 환불 사유가 추가된 후 이 조항에 대한 헌재의 첫 결정 사례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2018년 12월 B씨가 운영하던 학원에서 1년 치 강의비를 결제했다. A씨가 한 달 후인 이듬해 1월 수강료 환불을 요청했으나, B씨는 거절했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재판을 걸어 수강료 일부를 반환받았고, 해당 학원법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기각)을 거쳐 헌법소원을 냈다. B씨는 "법에 나오는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의 의미가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학습자의 일방적 변심에도 교습비 반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B씨 주장을 물리쳤다.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선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학원법 관련 조항, (장기간의 교습비를 일시불 선불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는) 교습계약의 특성 등을 종합하면 불가피한 사유만이 아니라 단순 변심을 포함해 학습자의 사유로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 변심'이 법에 직접 명시돼 있지 않아도, 해당 사유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명확하다는 취지다.
계약의 자유 침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습계약은 '장기간 교습비 선불 결제' 등에 따른 분쟁 발생 소지가 커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계약 당사자들이 반환 여부 및 반환금액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면, 학원 운영자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인 학습자에게 계약해지로 인한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원법 시행령에 반환의 사유와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교습과 교습비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