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10대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20년 전이 더 어려울까, 아니면 요즘이 더 힘들까. 잠정적이지만, "요즘 10대가 더 힘들다"가 정답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조사 결과다.
3일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부모와 10대 청소년 1,453명에게 “요즘 청소년 생활이 더 힘든가, 20년 전이 더 힘든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부모의 69%와 청소년의 44%가 “요즘이 더 어렵고 힘들다”라고 답했다. “20년 전 청소년이 더 힘들다”는 답변은 부모 중엔 15%, 청소년 중엔 12% 수준에 그쳤고, “비슷할 것”은 부모 13%, 청소년 15%였다. 요즘 부모나 청소년 모두 “2020년대 청소년들의 환경이 더 어렵고 힘들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만, 청소년 중 상당수인 29%는 “잘 모르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이는 20년 전 청소년들의 성장 환경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더 객관적일 부모 세대가 ‘요즘 10대가 더 힘들게 청소년기를 보낸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뭘까. 우선 SNS 등 ‘소셜 미디어’(41%)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한 40대 아버지 응답자는 “요즘 청소년들은 SNS에서 ‘외모, 능력 등에서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만한 콘텐츠들로부터 끊임없이 폭격당한다”고 말했다. 40대 어머니 응답자도 “요즘 청소년은 무엇을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 SNS로부터 지시를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30대 어머니는 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 문제를 거론했다. 과도한 스트레스(16%)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예전보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요즘 10대가 예전보다 더 편하게 산다’고 응답한 이들도 근거를 제시했다. 47%가 기술 발전을 꼽았다. 비디오 게임이나 다양한 콘텐츠 방송 등을 통해 예전보다 즐길 거리가 훨씬 다양하고 많아진 점을 높게 평가했다. ‘예전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줄었다’(18%)거나 ‘더 풍요로워졌다‘(10%)고 판단한 부모들도 많았다. 한 40대 아버지는 “내가 10대였을 땐 스마트폰이 없었다. 요즘 10대는 모든 답(정보)을 손안에 쥐고 있다”고 했고, 30대 어머니도 “예전엔 책가방에 책과 도시락, 기타 준비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노트북만 있으면 학교 안에서 거의 다 해결된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믿는 청소년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한 10대 소녀는 “SNS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런 정보를 모른다면, 나는 바보처럼 보이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