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이 20년 전보다 더 힘들다"

입력
2024.09.04 04:30
25면

편집자주

초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미국 사회에서 10대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 20년 전이 더 어려울까, 아니면 요즘이 더 힘들까. 잠정적이지만, "요즘 10대가 더 힘들다"가 정답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조사 결과다.

3일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부모와 10대 청소년 1,453명에게 “요즘 청소년 생활이 더 힘든가, 20년 전이 더 힘든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부모의 69%와 청소년의 44%가 “요즘이 더 어렵고 힘들다”라고 답했다. “20년 전 청소년이 더 힘들다”는 답변은 부모 중엔 15%, 청소년 중엔 12% 수준에 그쳤고, “비슷할 것”은 부모 13%, 청소년 15%였다. 요즘 부모나 청소년 모두 “2020년대 청소년들의 환경이 더 어렵고 힘들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만, 청소년 중 상당수인 29%는 “잘 모르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이는 20년 전 청소년들의 성장 환경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더 객관적일 부모 세대가 ‘요즘 10대가 더 힘들게 청소년기를 보낸다'고 생각하는 까닭은 뭘까. 우선 SNS 등 ‘소셜 미디어’(41%)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한 40대 아버지 응답자는 “요즘 청소년들은 SNS에서 ‘외모, 능력 등에서 남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만한 콘텐츠들로부터 끊임없이 폭격당한다”고 말했다. 40대 어머니 응답자도 “요즘 청소년은 무엇을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지, SNS로부터 지시를 받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30대 어머니는 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 문제를 거론했다. 과도한 스트레스(16%)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예전보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반면 ‘요즘 10대가 예전보다 더 편하게 산다’고 응답한 이들도 근거를 제시했다. 47%가 기술 발전을 꼽았다. 비디오 게임이나 다양한 콘텐츠 방송 등을 통해 예전보다 즐길 거리가 훨씬 다양하고 많아진 점을 높게 평가했다. ‘예전보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줄었다’(18%)거나 ‘더 풍요로워졌다‘(10%)고 판단한 부모들도 많았다. 한 40대 아버지는 “내가 10대였을 땐 스마트폰이 없었다. 요즘 10대는 모든 답(정보)을 손안에 쥐고 있다”고 했고, 30대 어머니도 “예전엔 책가방에 책과 도시락, 기타 준비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노트북만 있으면 학교 안에서 거의 다 해결된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믿는 청소년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한 10대 소녀는 “SNS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런 정보를 모른다면, 나는 바보처럼 보이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