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헌법'(군대 금지)에 자위대 보유 근거를 명시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집권 자민당이 개헌 관련 주요 쟁점 및 방향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했다. 자민당은 이 쟁점 정리 문건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개헌안 작성 및 의결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2일 자민당 헌법개정실현본부가 자위대 명문화 등을 포함하는 개헌 쟁점 정리안을 이날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회의에 참석했다.
개헌 쟁점 정리안 핵심은 일본 헌법에 자위대 관련 설명을 명기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 책임에 따라 '군대 보유 및 전쟁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1, 2항은 남겨두되, 추가 조항을 신설해 '자위대가 국가 방위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기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러한 개헌 계획은 일본이 사실상 군대를 보유한 '보통 국가'로 이행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돼 일본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부터 개헌 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7일 자민당에 개헌 쟁점 정리안 작성을 지시했고, 이날 결국 해당 문건을 공식 승인했다. 또한 이 문건에는 대규모 재해나 무력 공격, 감염증 발병 등 상황을 '긴급사태'로 규정하고, 정부에 의회 동의 없이 법률 격인 '긴급정령'을 공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개헌 방안도 포함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흐름을 가속화해 일사천리로 (향후 개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헌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에서 개헌을 하려면 양원(중·참의원) 의원 각각 3분의 2 동의를 거쳐 국민 투표를 치러야 하는데, 자민당 연립정부 파트너인 공민당과 야당인 입헌민주당 모두 개헌에 부정적이다. 평화헌법 수정을 원치 않는 일본 국민 여론도 우세하다.
이 탓에 기시다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보수층 결집 효과를 염두에 두고 개헌 논의를 정치적으로 쟁점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민당은 오는 27일 당 총재 선거를 치른 뒤 11월쯤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헌에 적극적인 보수층 투표율이 늘어나도록 자위대 명문화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14일 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퇴진을 앞두고 있는 점도 개헌 추진 의지 관련 의구심을 키운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 기시다 총리는 이날 "새 총리가 확실히 (개헌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면서 "자민당의 힘을 결집해 헌법 개정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