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만 관건인 깜깜이 선거... 교육감 직선제 보완 목소리

입력
2024.09.06 04:30
진보·보수 후보 난립 속 단일화 최대 관건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과정에 8인 참여 
보수는 단일화 추진기구 '단일화'도 늦어
 6인 출마 의사... 경선 전부터 신경전 가열
교육계 "조직·돈 싸움... 깜깜이 보완돼야"

다음 달 16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진영 간 후보 단일화 경쟁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진보에 이어 보수 진영도 후보 단일화 추진기구 통합을 성사시키며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교육감 선거 때마다 후보는 난립하는데 개별 후보의 면면과 정책에 대한 공개 검증 없이 단일화라는 선거공학에 매몰되면서,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교육계에서 제기된다.

진보 후보 단일화에 8인 참여... 한발 늦은 보수도 속도

진보 측은 조희연 전 교육감 중도하차 직후부터 후보 단일화에 나섰고, 출마 희망자 대다수도 이에 동의하며 표 결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일화 추진 조직인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는 5일 후보 단일화에 참여할 8명의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전국교사노조연맹위원장,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안승문 전 서울시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이다.

추진위는 6일 후보들과 경선 룰을 논의해 이번 주말까지 확정하고, 이달 20일쯤 단일 후보를 선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권혜진 추진위 상임대표는 "우리의 단일화 전략은 2010년부터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내리 이길 수밖에 없게 한 최우선 순위"라 강조했다.

보수 진영도 이전 선거에서 후보 난립으로 조 전 교육감에게 3연패한 전력이 있는 터라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다. 다만 진척은 진보보다 더딘 편이다. 후보 단일화 추진기구로 나선 바른교육국민연합과 범시민단체연합은 이날 오후에야 '중도·우파후보단일화통합대책위원회'로 통합하고 단일화 참여 신청을 받기로 했다. 여론조사기관 2곳의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한 인사를 단일 후보로 추대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보수 측에선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공식 출마 선언을 했고,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두 후보는 본보 통화에서 "단일화 기구의 단일화 추진에 적극 찬성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 밝혔다. 보수 진영 인사 가운데 서울시교육감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두 사람을 포함해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 선종복 전 서울북부교육장, 윤호상 서울미술고 교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 등 6명이다.

후보자 간 신경전도 본격화됐다. 안 전 회장은 이날 '보수 후보 난립에 대한 입장'을 내고 "2년 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합계) 과반 득표를 하고도 단일화를 안 해 패한 보수 후보들은 또 선거를 망치려 말고 자중하라"고 했다. 2022년에 치러진 직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조직력과 돈 싸움... 직선제 대안은?

교육감 선거가 진영 간 후보 단일화 대결에 매몰되는 양상이 이번에도 반복되면서 '정치 중립적인 교육자치 구현'이라는 직선제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후보의 정책과 면모를 공개적으로 검증할 기회가 없는 '깜깜이 선거'가 되풀이되면서 유권자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 2010년 선거에서 한 후보는 득표율 20%로 교육감에 당선된 전례가 있을 정도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조 전 교육감 잔여 임기인 1년 8개월짜리 단기 교육감을 뽑는 데다 선거 일정도 촉박해 교육 공약이 더욱 뒷전으로 밀리고 이념 대립만 부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양 진영 회견에서도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정화"(조 전 의원), "윤석열 정권 탄핵으로 가는 징검다리"(곽 전 교육감) 등 강성 발언이 쏟아졌다.

한 교육청 간부는 "인지도 있는 인사가 조직력을 깔고 가야 승산이 있는 선거 구조여서 교육계 기여가 큰 인사라도 어지간해선 도전할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정당 관여가 금지된 선거여서 개인이 수십억 원씩 드는 선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점도 진입 문턱으로 작용한다. 15% 이상 득표 시 교육청 예산으로 1인당 최대 39억 원까지 비용을 보전받지만, 막상 선거를 치르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든다는 게 경험자들 얘기다.

교육계에선 교육감의 낮은 주민대표성 극복을 위해 현행 직선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세희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시민들이 거주 지역 교육 현안과 정책 공약에 관심을 갖도록 TV토론 등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감 후보 방송 토론회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한 번만 열린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감이 지방자치단체장과 동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를 고려하지만, 교육계는 교육청이 지자체에 예속돼 교육자치가 약화되고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할 우려를 들어 반대한다. 박융수 순천대 특임교수는 "교육감 선출 방식이 과거 대통령 임명, 교육위원회 간선을 거쳐 현행 직선제로 이어진 터라 이를 전면 대체할 대안은 마땅치 않다"며 "교육감 선거가 동시 지방선거 속에서 시민 관심을 얻고 불필요한 단일화 잡음을 해소하려면 결선투표제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