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대 '최장 지각'…제22대 국회 개원식
입력
2024.09.02 17:07
권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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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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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조지호 경찰청장 "尹에 3번 항명… '안가 회동' 고백 못한 것 후회"
내란 혐의로 구속 위기에 처한 조지호 경찰청장이 경찰 조사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욕심도 없고 소신껏 살았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청장은 1년 가까이 암 투병 중으로 현재 건강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계엄 해제 이후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와 안가 회동 등을 털어놓지 않은 것에 대해선 "명령 불이행으로 계엄이 실패한 것에 대해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했다"며 "그때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을 봤어야 했는데, 후회되고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이날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 청장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로 김 청장과 함께 불려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계엄 관련 지시사항을 하달 받았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 지시대로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해 계엄 해제 결의 요구안을 의결하려는 의원들 출입을 막은 혐의가 있다. 조 청장은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윤 대통령 지시를 3차례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세 번의 항명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로 정치인 체포를 위한 위치추적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의 지시로 국회 전면 통제 △윤 대통령이 직접 6번 조 청장에게 전화해 "국회로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 등이다. 조 청장은 3일 저녁 7시쯤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A4 용지 한 장짜리 지시 문건을 건넸다. 문건에는 계엄 관련 내용과 장악해야 하는 대상이 명시돼 있었다. 장악 대상은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사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할 말만 했고, 회동은 5분 만에 종료됐다는 게 조 청장의 주장이다. 대통령 안가에서 나온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은 황당해했다고 한다. "이거 진짜야" "대통령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 아냐" "을지연습이나 야외기동훈련(FTX)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조 청장은 이후 공관으로 가서 아내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건넨 문건을 찢었다고 국수본에 진술했다. 조 청장은 이후 경찰청사로 돌아와, 계엄 선포를 지켜보다가 방첩사령관이 요구한 정치인 위치 추적을 거부하고, 포고령 전까지 국회의원 출입이 가능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6차례 조 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고 체포하라"는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조 청장과 통화할 때 지시만 내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조 청장은 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4일 오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국수본 조사에서 "올바르게 마지막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했다"는 말을 남겼다. 조 청장이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안가 회동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 등에 대해 고백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항명으로 인해 계엄이 무산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 청장은 "그래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봤어야 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경찰청장으로서 역사적 소임을 다했고, 어떻게 돼도 상관 없다. 충실히 재판 받겠다"고 진술했다.
트럼프 2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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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타임 '올해의 인물' 선정… "미국의 역할 재편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올해의 인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선정했다. 타임은 "역사적인 (정치적) 귀환을 이뤄내고,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정치적 재편을 주도하고, 미국 대통령직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뒤바꿨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타임은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올해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타임은 1927년부터 97년째 '선하든 악하든 한 해 동안 국제사회에 가장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나 단체'를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타임은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정치 지형을 뒤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네 건의 사법 기소를 당한 전례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통적 민주당 지지 기반인 흑인·라틴계 유권자 사이에 돌풍을 일으키며 2024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얘기다. 지난 7월 대선 유세 도중 총격에서 살아남아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리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점도 언급했다. 타임은 "오늘날 우리는 트럼프의 ‘신격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져올 격동에도 주목했다. 타임은 "의회 의원과 국제기관, 세계 지도자들이 다시 한 번 트럼프의 변덕을 지켜본다"며 "가장 광신적인 지지자부터 가장 열렬한 비판자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트럼프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10~20% 보편 고율 관세 부과 △이민자 추방 △노골적인 언론 대립 등을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들썩일 것이라고 타임은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 뉴욕증권거래소 개장 종을 울리는 이벤트에 직접 참석해 환한 얼굴로 선정을 자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자는 과거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때마다 불평을 했다"며 "잡지가 제공하는 (올해의 인물) 지위를 분명히 탐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올해의 인물 선정은 첫 대선에서 승리했던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7월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사진으로 2024년 8월 5일 자 타임 표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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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어린이 96% 죽음 임박했다 느껴… 절반은 죽고 싶어 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황폐해진 내면을 보여 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자지구 어린이의 96%가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끼고, 절반은 죽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다.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남긴 사건을 겪은 아동도 10명 중 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쟁고아재단(War Child)'은 이날 26쪽 분량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어린이의 정신 건강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은 △장애가 있거나 △다쳤거나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의 부모 또는 보호자 504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됐다.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의 경우엔 친척 등 다른 어른을 통해 설문을 진행했다.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가자지구 어린이의 절대다수가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꼈고(96%)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며(92%) △비관적 태도를 보인 것(90%)으로 조사됐다. 악몽에 시달린 아동은 79%에 달했고, 무기력증(78%)과 슬픔(77%), 공격적 증상(73%)을 보인 어린이도 10명 중 7명이 넘었다. 60%는 트라우마를 초래하는 사건에 노출됐고, 일부는 이를 여러 차례 겪기까지 했다. '죽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 아동은 49%였는데, 이는 여아(26%)보다 남아(72%)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가자지구 어린이들은 실제로도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 공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는 최소 1만7,492명이다. 팔레스타인 측 전체 사망자(4만4,805명)의 39%에 이른다. 아동 전문가 대상 심층 인터뷰에서는 전쟁 스트레스와 관련한 어린이들의 불안 증세도 보고됐다. 주로 두통, 복통과 같은 신체 증상이나 공포, 불안, 수면 장애, 악몽 등이었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손가락을 빠는 행동도 관찰됐다. 가디언은 "이번 조사는 올해 6월 실시됐다"며 "어린이들에게 누적된 심리적 영향이 (전쟁이 반년 더 지속된 지금보다) 낮게 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쟁고아재단 영국 지부 대표인 헬렌 패틴슨은 "이번 보고서는 가자지구가 세계에서 어린이에게 가장 끔찍한 곳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는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아동 정신 건강의 재앙이 여러 세대에 걸친 트라우마로 자리 잡기 전에,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이 지역(가자지구)은 향후 수십 년간 트라우마의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강, 한국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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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의미'에 한강 "나의 좌표 파악… 계속 쓰던 대로 쓰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 여태까지도 늘 써 왔는데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 대로' 쓰려고 한다."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천천히 돌아보니 향후 나아갈 길이 더 선명해졌다는 것이다. '나투르 오크 쿨투르'는 한강 작가 작품을 스웨덴어로 출판한 곳이다. 실제로 한강 작가는 강연(7일), 수상 소감(10일) 등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 뿌리'라 할 수 있는 유년 시절의 조각들을 여럿 소개하며, 이를 '지금의 한강'과 연결 지었다. 노벨상 수락 연설 격인 강연을 통해선 1979년 썼다는 시 구절을 읊으며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해당 구절은 이렇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수상 소감을 통해서는 8세 때 비를 피하려다 다른 사람들도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그때 그들 하나하나에 공감했던 것이 경이로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책을 읽고 쓴 시간을 되돌아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고 했다. 수상 소감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말들도 이 자리에서 전했다. '번역가들에 대한 감사'가 대표적이었다. 당초 노벨상 연회에서 발표하려 한 수상 소감은 10분 분량이었는데, 시간 관계상 이를 4분 정도로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해 준 번역가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부분이 잘려 나갔다며 한강 작가는 "우리는 문장마다, 문장 속에 함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내 작품은) 28개 또는 29개의 언어로 번역됐고, 번역가의 수는 50명 정도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에 머무는 동안 인상 깊었던 일도 여럿 소개했다. 11일 스톡홀름 링케뷔에 있는 도서관에서 자신의 책을 읽고 창작시를 쓴 학생과의 만남을 첫 번째로 꼽았다. '애민'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한강 작가의 소설 '내 여자의 열매'(한 여성이 식물로 변하는 내용)를 읽고 썼다는 시를 언급하며 그는 "너무 재미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의 시 내용은 이렇다. '내가 만약 토마토가 된다면 아주 맛없는 토마토가 될 거야 / 아무도 날 먹지 않게 / 아무도 나를 토마토수프에 넣을 수 없게 나무 꼭대기로 올라갈 거야.'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생가를 린드그렌 증손자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본 것도 좋은 기억으로 꼽았다. 한강 작가는 어린 시절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감명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린드그렌 동화를 테마로 한 유니바켄 어린이 박물관을 찾았더니 해당 기관에서 평생 무료 이용권을 줬다며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다"고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강 작가는 "'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 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 장편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된다고 말씀드렸던 책도 다음에 써야 한다"고 밝혔다. '눈 3부작'의 1·2부는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이다. 한강 작가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것이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