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합의한 미래 먹거리 '반도체·AI기본법'...디테일에 성패 갈린다

입력
2024.09.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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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회담서 공감대…정기국회 처리 주목
산자위·과방위 계류 법안 논의 추진 방침

11년 만에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 전반적으로 박한 평가가 내려지는 가운데, 그나마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산업,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지원 방안 등은 양당 대표 합의에 소득은 있었다. 여야는 상임위에 계류된 이들 관련 미래 먹거리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시급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세부 쟁점을 두고 일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회담 결과와 관련해 "특히 에너지 같은 부분은 정치나 이념을 넘어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대승적으로 방안을 마련해나가자는 점에서 생각을 같이 했다"며 "빨리 진행하자는 합의라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밝혔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상황은 정책위의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 차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당 합의에 따라 추진될 법안으로는 반도체특별법이 우선 거론된다. 여야 의원(국민의힘 고동진·송석준·박수영, 민주당 김태년·이언주)들이 모두 발의했고, 협치에 대한 공감대도 상당 부분 형성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원 방식 등 디테일에선 차이가 있다. 고동진 의원안은 국가가 반도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포함했지만, 김태년 의원안에는 세액 공제를 지금보다 10%포인트 높이자는 세제 혜택이 담겨 있다. 특히 김 의원안은 대기업 특혜 등을 이유로 세액 공제율 상향에 부정적이었던 야당의 기본 입장과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우선순위로 언급된다. 여야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산업단지가 송·배전망을 적기에 구축해 필요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민간 투자 허용' 부분에 대한 이견을 봉합하지 못한 채 결국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됐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당시 야당에선 민간 투자가 전력망 민영화로 이어지고, 전기 요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산자위의 여당 관계자는 "(야당이) 대승적으로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결국엔)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과 연관된 'AI 기본법'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AI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정부 전담 조직 신설과 연구개발(R&D) 지원 등 내용을 담은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제출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을 받아 조항을 삭제하는 등 진통을 겪었고, 막바지 정쟁에 휩쓸리면서 결국 폐기됐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문제다. 과방위 관계자는 "3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AI 기본법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곧바로 소위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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