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식이 임기 시작 95일 만인 2일 가까스로 열렸다. 21대 국회(48일)보다 두 배 가량 늦어 역대 최장 지각 개원이라는 오명을 썼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현직 대통령이 개원식에 빠진 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당초 개원식은 7월 5일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로 여야가 극한의 대치로 치달으면서 불발됐다. 이후 접점을 찾지 못해 개원식 취소까지 거론됐다가 정기국회 첫 날인 이날까지 떠밀려 국회 문을 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유가 무엇이었든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자 국회법상 의무인 국회의원 선서를 이제야 했다"며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자연히 대통령 연설도 없었다. 통상 개원식은 '국회의원 선서-국회의장 개원사-대통령 연설' 순으로 진행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여야가 서로 싸우는 상황에서도 개원식만큼은 참석해 협치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전날 "특검,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키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불참을 공식화했다. 1987년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 불참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개원식 불참은)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력 대신 갈등을 선택했다는 강력한 신호"라며 "대통령은 즉각 국회와의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달라"고 촉구했다. 강성 성향의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윤 대통령은) 반드시 국민께 사과하라"고 규탄했다.
우 의장은 개원사에서 개헌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개헌 폭과 적용 시기는 열어놓되 국민투표는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는 하자"며 개헌의 구체적인 시한을 못박았다. 우 의장은 의료대란과 관련 "현실감각부터 의료현장과 국민에 맞춰야 한다"고 정부를 질책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고, 기후특위 설치 등을 통해 국회가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개원식은 38분 만에 종료됐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김상덕 위원장의 아들 김정륙씨를 비롯해 강제이주 고려인 후손, 세월호 참사 및 이태원 참사 유가족, 전세사기 피해자, 의료현장 종사자 등이 참석했다. 환경기본권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아기기후소송단 소속 한제아양은 최연소 참석자(12세·서울 흑석초 6학년)로 자리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