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오랜만에 한국 선수들끼리 연장 승부를 펼치는 진풍경이 나왔다. 결국 지난 시즌 LPGA 투어 신인왕 유해란이 통산 2승째를 수확하며 활짝 웃었다.
유해란은 2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TPC 보스턴(파72·6,598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FM 챔피언십(총상금 38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고진영과 동타를 이룬 유해란은 18번 홀(파5)에서 이어진 1차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 보기에 그친 고진영을 누르고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57만 달러(약 7억6,000만 원)다.
이로써 유해란은 11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해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신고하고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아울러 6월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양희영 이후 한국 선수로는 2024시즌 L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2년 차인 유해란은 이번 시즌 이 대회 전까지 '톱10'에 8차례, '톱5'에 4차례 이름을 올리는 등 꾸준히 성적을 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특히 7월 데이나 오픈과 CPKC 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각각 2위, 공동 3위로 아쉽게 돌아서기도 했다.
이번 대회도 기복이 있었다. 1라운드를 3언더파로 시작한 유해란은 2라운드에 무려 10언더파를 몰아쳐 6타 차 선두에 올랐지만, 3라운드에 6타를 잃고 공동 6위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유해란은 4라운드에 선두를 달리던 고진영이 중반 들어 흔들린 틈을 놓치지 않고 타수를 줄여갔다. 전반에만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냈고, 후반 12번 홀(파5) 버디로 단독 1위에 올랐다.
15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분위기를 타는 듯했으나 16번 홀(파3) 보기로 흐름이 끊겼다. 그사이 고진영은 14번 홀(파4)에서 까다로운 중거리 퍼트를 성공시켜 공동 선두가 됐다. 마지막 조의 고진영이 15번 홀 그린으로 향할 때 기상 악화로 2시간가량 경기가 중단됐고, 재개 이후에도 유해란과 고진영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연장 승부를 벌였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끼리 연장전을 펼친 건 2021년 10월 국내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 당시 고진영-임희정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에는 고진영이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연장 승부는 세 번째 샷에서 갈렸다. 유해란이 그린에 안착시킨 반면 고진영은 약간 당겨 쳐 그린에 올려놓지 못했다. 이어진 네 번째 샷에서 고진영은 홀을 곧바로 겨냥했지만 그린을 타고 많이 흘렀고, 파 퍼트도 실패했다. 승기를 잡은 유해란은 침착하게 2퍼트로 마무리하며 신설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유해란은 우승 후 "올해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놓치면서 두 번째 우승까지 무척 어려웠다"며 "이번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우승만큼 두 번째 우승도 힘들었기에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임성재가 최종 합계 18언더파 269타로 단독 7위에 자리했다. 6년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임성재가 이 대회 톱10에 든 것은 2022년 준우승 이후 두 번째다. 7위 보너스 상금은 275만 달러(약 36억8,000만 원)에 달한다.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30언더파 264타를 기록해 2전 3기 끝에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위 보너스는 2,500만 달러(약 334억 원)다. 아울러 1983년 이후 비제이 싱(피지),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시즌 7승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