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은 것은 슬리퍼 한 켤레뿐… '말레이시아 싱크홀' 희생자 수색 9일 만에 종료

입력
2024.09.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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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당국, 작전 '수색→복구' 전환
구조대원 110명 투입에도 발견 못 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수도 한복판 싱크홀에 빠진 인도 관광객 수색을 종료하기로 했다. 사건 발생 이후 아흐레 동안 땅 밑을 뒤졌지만 실종자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달 23일 8m 깊이 싱크홀에 빠져 실종된 48세 인도 국적 여성 관광객 구조 작업을 중단하고 작전을 수색에서 복구로 전환하기로 했다.

폭우로 물이 불어난 데다 싱크홀 추가 발생 우려가 커져 구조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자리아 무스타파 말레이시아 총리실 장관은 “구조 인력의 안전과 건강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으로 (수색) 작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종된 여성은 일행과 함께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당왕이 지역 도로를 걷다가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실종자가 발을 디딘 순간 보도블록이 꺼지면서 순식간에 추락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구조 요청을 받은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에 구조 대원을 급파해 탐색에 나섰다. 지난 9일간 투입된 연인원만 11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굴착기로 싱크홀 주변 지역을 파헤치고 고압 물 분사기로 배수구 잔해물을 씻어내는 방식으로 지하 수색에 나섰다.

탐지견, 원격 카메라, 지면 관통 레이더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 한 켤레를 찾아내는 데 그쳤다. 현지 스트레이트타임스는 “다이버들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하수관에 진입했지만 빠른 물살 탓에 장애물에 도달하기 전에 빠져나와야 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지점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싱크홀이 생기는 등 추가 위험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제적 이유도 이른 수색 중단 배경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은 “싱크홀 발생 지역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지만 사고로 방문객 수가 크게 줄었다”며 “주변 상점 매출이 최대 90%까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가게는 문을 닫기도 했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현지 정부는 사고 발생 지역과 수색 장소를 복구하는 데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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