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저축 월납입 인정액을 기존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하는 정부 대책이 이르면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걸로 파악됐다. 정부는 청약저축 쓰임새를 더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은 공공주택 청약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로 발표한 청약저축 월 납입금 인정 한도를 상향하는 조치는 법제처 심사를 거쳐 내달 1일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애초 목표보다 한 달 정도 늦어졌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매달 최소 2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저축할 수 있지만, 현재는 최대 10만 원까지만 월 납입금으로 인정해 준다.
월 납입금 기준은 공공분양 아파트 청약에 쓰인다. 공공이 짓는 국민주택은 85%가 특별공급, 나머지 15%가 일반공급 물량이다. 국민주택 일반공급 1순위 자격은 ①청약통장 가입기간 1년(서울·수도권)·2년(투기·청약과열지역) ②월 납입금 12회(서울·수도권)·24회(투기·청약과열지역)를 충족해야 한다.
1순위 자격자 중 저축총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현재 기준을 적용하면 1년간 모을 수 있는 저축 총액이 120만 원, 10년 1,200만 원, 15년 1,800만 원이다. 입지가 뛰어나 '로또 분양'으로 불리는 공공분양 당첨 커트라인(합격선)은 대략 1,200만~1,500만 원 수준이다. 청약통장에 10만 원씩, 10년 넘게 부었다는 얘기다.
관련 규정이 바뀌면 이 한도가 25만 원으로 올라간다. 가령 지금까지 매달 10만 원씩 3년을 저축해 360만 원을 채운 이가, 내달 이후 저축액을 25만 원으로 올려 3년(900만 원)을 더 부으면 저축 총액이 1,260만 원에 도달하게 된다.
정부는 검토 끝에 선납제도를 활용한 이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는 쪽으로 결정했다. 매달 일정 금액을 넣지 않더라도 목돈이 있는 이는 최대 5년 치를 미리 청약통장에 납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예컨대 600만 원을 저축하면 5년 뒤 이 금액을 저축 총액으로 인정받는 식이다. 바뀐 규정을 적용하면 600만 원 인정 기간이 2년으로 줄어든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납제도를 활용한 이들도 상향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제도를 적용하면 매달 25만 원씩 4년만 모으면 1,200만 원짜리 청약통장을 갖게 된다. 지금은 10년 부어야 이룰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 기간이 6년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월납입 인정 한도 상향 영향으로 앞으로 청약통장 합격선이 대폭 올라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도 국민주택 일반공급 물량이 부족해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 매달 10만 원씩 10년 넘게 부은 이들이 당첨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앞으로 최소 합격선이 3,000만 원(25만 원×10년)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입자 입장에선 언제 당첨될지 모르는데 3,000만 원이란 목돈이 10년 이상 저금리(최대 연 3.1%) 통장에 묶이게 된다. 정부가 주택도시기금을 늘리려고 청약 규제 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분양대행사 임원은 "앞으로 공공분양을 노린다면 무조건 최대치인 월 25만 원을 넣어야 당첨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자금 부담이 없는 이들에게 공공분양 청약이 더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