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의 여름 성수기로 꼽히는 8월이 올해는 예전 같지 않았다. 전체 관객이 지난해보다 300만 명가량이나 줄어들어 성수기라는 수식이 무색한 한 달을 보냈다. 관객을 강하게 끌어들일 만한 영화가 없었다는 분석이 따른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영화 관객은 1,178만 명으로 지난해 8월의 1,456만 명보다 278만 명이 적었다. 올해 7월(1,203만 명)에 비해서도 25만 명이 줄어든 수치다. 보통은 8월에 극장을 찾는 관객이 7월보다 많다.
8월 흥행 부진이 더해지면서 올해 7, 8월 관객은 2,381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객(2,884만 명)에 비해 503만 명이 적은 수치로 2년 연속 7, 8월 관객수가 줄어들었다. 2022년 7, 8월 관객수는 3,124만 명이었다. 7, 8월은 무더위에 휴가철까지 겹쳐 1년 중 관객이 가장 몰리는 시기로 꼽혀왔다. 특히 7월 말 8월 초는 ‘극성수기’라는 수식이 따를 정도로 극장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때였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관객이 적었다.
‘신작 효과’ 약화가 관객 감소 이유로 꼽힌다. 8월에 개봉한 영화들이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은 극장들이 기대를 걸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14일에 할리우드 영화 2편(‘에이리언: 로물루스’와 ‘트위스터스’), 한국 화제작 2편(‘행복의 나라’와 ‘빅토리’)이 나란히 개봉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리언: 로물루스’(1일 기준 163만 명)를 제외하고는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행복의 나라’는 69만 명, ‘트위스터스’는 55만 명, ‘빅토리’는 37만 명을 각각 모으는 데 그쳤다. 사실상 ‘8월 영화’인 ‘파일럿’(7월 31일 개봉)이 관객 450만 명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더 낭패를 봤을 8월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중형 작품 여러 개가 대형 작품 하나만큼의 시장 규모를 형성해줄 것이란 배급사와 멀티플렉스의 기대가 완전히 빗나갔다”며 “박스오피스 확대를 위해서는 극장 경험(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만 맛볼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압도적인 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름 성수기라는 말이 무의미해졌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객들의 관람 행태가 바뀌면서 성수기와 비성수기 구분이 모호해졌고, 여름도 다른 시기와 큰 차이가 없게 됐다는 거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한국 극장은 코로나19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결합된 악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이라 시장 회복이 쉽지 않다”며 “요일과 시간대, 영화 성격에 따른 관람료 다양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