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소각장(자원순환센터) 확충에 이어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문제에서도 발을 빼면서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책임 떠넘기기', '정치력 부재' 등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서북부지역에 1,000석 이상 공연장을 포함한 광역 문예회관을 짓기로 한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대신 문예회관이 필요한 자치구가 규모를 줄여 직접 건립을 추진할 경우 건축비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규모 문예회관을 특정 지역에 두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중소 규모 문예회관을 여러 개 짓는 게 공정한 문화 접근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인천시가 직접 추진하고 건축비와 운영비도 전액 부담하는 광역 문예회관 유치 경쟁에 나섰던 계양구와 서구는 즉각 반발했다. 윤환 구청장이 삭발까지 하면서 유치를 바랐던 계양구는 "대규모 문예회관 4곳이 남동구·연수구 등 남부권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건축비만 보조하겠다는 인천시 발표는 납득할 수 없다"며 "수백억 원이 넘는 건축비와 연간 수십억 원의 운영비 부담은 열악한 구 재정 여건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구 측도 "시간을 끌다가 당초 계획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아 유감"이라며 "구가 직접 문예회관을 건립·운영하는 것은 예산 사정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기초단체 간 논의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결정이나 중재를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천시는 올해 1월 직접 챙겨온 권역별 광역 소각장 확충 계획을 기초단체가 주도하고 시가 조정·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다가 반발을 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시 "어려움을 구·군에 미루는 것이 아니고 시가 방관자적 입장에 있지도 않다"고 했지만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소각·선별 없이 그대로 묻는 직매립 금지가 2026년 1월로 다가온 상황에서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후 8개월이 흘렀지만 기존 송도 소각장을 현재 부지 옆에 같은 규모로 짓는 현대화 사업 외에 소각장 확충 논의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애초 인천시는 동부권(부평구·계양구)과 서부권(중구·동구·옹진군), 남부권(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 북부권(서구·강화군) 등 4개 권역에 소각장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진전이 없자 운전대를 기초단체에 넘겼다.
인천시 관계자는 "구·군과 자원순환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소각장 확중)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동시에 주민들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문예회관 건립의 경우 자치구들과 지속적 협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