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골초 천국' 옛말 될까... 상하이 첫 실외 금연 정책 시행

입력
2024.09.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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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중국 내 첫 '야외 흡연 구역' 설치
3억 이르는 흡연 인구 감소 여부는 미지수

"중국은 흡연자들의 천국"이라는 표현은 옛말이 될 수 있을까.

중국 상하이시가 지정 장소 외 흡연을 금지하는 '실외 금연' 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까지 금연 범위를 넓힌 것은 중국에서 상하이가 처음이다.

2일 중국 관영 영문매체 차이나데일리 등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최근 새로 마련한 '지정 흡연장소 설치·관리 규정'에 따라 이번 달부터 올해 말까지 시 전역에 300여 개의 흡연 구역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규정에는 △건물 입·출구에서 6m 이상 거리에 설치해야 하며 △휴게소나 대기실 등 혼잡한 장소에는 설치할 수 없고 △구역 크기가 6㎡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정된 흡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의 야외 흡연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상하이시 보건위원회는 "이번 정책을 바탕으로 지정 구역 외 흡연 행위를 철저히 단속·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 실외 흡연 구역 설치·관리에 관한 국가 차원의 표준이나 규정은 없다. 따라서 상하이시의 이번 규정은 차후 중국 내 다른 대도시의 실외 금연 정책 수립 과정의 가이드라인이 될 공산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중국 흡연율은 2021년 기준 26.6%로, 흡연 인구는 3억 명을 웃돈다. 세계 담배 소비의 40%가량이 중국에서 이뤄질 정도다. 간접흡연에 노출된 인구만 약 7억 명. 연간 110만여 명이 흡연 직간접 질병 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골초들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 수년 전부터 금연 정책을 속속 도입했다. 2017년 무렵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실내 공공장소 금연' 정책이 시행됐고, 실제 식당과 대중교통 내 흡연 행위는 줄어드는 추세다. 청소년 흡연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과일향 전자담배'도 2022년 담배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지난해에는 중국 44개 도시에서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법을 도입·개정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15세 이상 인구 흡연율을 2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반면 흡연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탓에 흡연 인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중국 흡연자의 일일 평균 흡연량은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16개비에서 2022년에는 16.8개비로 오히려 늘어났다. 중국의학과학원과 베이징협화의원 연구팀은 "최근 추세라면 중국 흡연율은 앞으로도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2040년 흡연과 관련한 암 사망자 수가 2020년 대비 남성의 경우 44%, 여성은 53% 각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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