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합의 못한 여야 대표, 정치복원 물꼬는 살려라

입력
2024.09.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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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첫 여야 대표회담을 가진 건 꽉 막힌 정국에 돌파구를 열 최소한의 성과로 볼 만하다. 정책위의장·수석대변인이 배석한 ‘3 대 3 회담’이 끝난 뒤 두 대표 단독회담도 이뤄졌다. 채 상병 특검법과 금투세 폐지 논란,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 핵심 현안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은 건 유감이다. 최대 이슈에 이견을 확인했지만 공통공약 즉각 실행방안 등 민생과 직결된 우선 과제에 합의를 이룬 건 절망을 덜게 한다. 여야 대표 간 공식회담이 열린 자체가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협치가 실종된 여의도에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도록 모두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바란다.

공동발표문에서 양당은 민생공통공약추진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했다. 각박한 민생에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여야가 여론을 의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내년 시행이 예정된 금투세와 관련,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종합검토키로 한 것은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한 대목으로 보인다.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추석연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정부에 당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국가전력망 확충을 위한 방안을 적극 논의키로 한 것이야말로 국회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뒤늦게 합의한 대목이다.

두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기싸움을 벌여 주장하는 바를 분명히 했다. 한 대표는 “재판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했고, 야권의 ‘검사 탄핵시도’를 “이 대표 판결 불복을 위한 빌드업”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해병대원 특검법에 증거조작 의혹을 포함하자는 조건을 (한 대표가) 더 붙였다”며 “입장이 난처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제3자 추천 특검법을 공언한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관계, 당내 친윤계 반발 뒤에 숨는다면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날 선 공격을 주고받고, 회담 정례화에도 합의하지 못했지만 두 대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조건없는 소통을 키워가야 한다. 정치가 사라지면 그 공백은 양극단의 목소리만 부각되기 마련이다. 두 대표가 향후 뜻을 모아간다면 정쟁의 악순환을 끊을 공통분모는 커질 것이다. 무기력한 정치에 다시 국민 시선이 가도록 양당은 후속 노력을 강화하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