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아프가니스탄 출신 불법 체류자 28명을 본국으로 추방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통치하기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아프간 불법 체류자를 강제로 내쫓은 것은 처음이다. 최근 이민자에 의한 흉기 난동 사건이 독일에서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독일 슈피겔,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아프간 남성 28명을 태운 전세기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독일 작센주(州) 라이프치히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아프간 수도인 카불에 도착했다. 강제 추방은 작센주 내무부가 결정했으며, 독일에서 범죄 경력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라고 한다. 독일은 탈레반의 아프간 집권 이후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기존에 진행해 온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을 중단했으나, 이번에 약 3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독일이 강수를 둔 이유는 최근 독일에서 이민자에 의한 흉기 난동 사고가 연쇄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독일 남서부 만하임에서는 반(反)이슬람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저지하려던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 범인은 독일에서 망명 신청을 거부당했으나 본국 치안 상황을 이유로 체류는 허가받았던 아프간 사람이었다. 당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간 보류했던) 아프간과 시리아에 대한 강제 추방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정부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독일은 다른 국가의 중재를 통해 관련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달 23일 독일 서부 졸링겐에서 시리아 출신 불법 체류자가 지역 축제에서 칼을 휘둘러 3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범인은 비(非)이슬람 인구를 최대한 많이 죽이고자 범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숄츠 총리는 사건 발생 사흘 뒤인 같은 달 26일 졸링겐을 찾아 "독일에 머물 수 없는 사람을 본국으로 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독일 연방 내무부는 불법 체류자 추방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흉기 소지 제한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치안 대책을 지난달 29일 발표했고, 아프간인 28명 추방은 그다음 날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독일 서부의 지겐에서 한 여성이 지역 축제로 향하는 버스에서 칼을 휘두르는 사건도 일어났다. 부상자 6명 중 3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에는 약 40명이 탑승한 상태라 피해는 더 커질 수도 있었다.
범인은 이민자나 난민과 무관한 독일인으로 밝혀졌으나 이민자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진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독일의 이민자 대책이 강경해지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