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文 전 대통령도 수사, 논란 없게 신속∙공정해야

입력
2024.09.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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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딸 다혜씨의 주거지를 지난달 30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다혜씨의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수사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결국 예외 없는 전직 대통령 수사란 우리 현대사의 비극도 다시 소환됐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다혜씨 부부에게 채용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본다. 당시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보고가 있었음에도 인사가 강행됐고, 같은 해 7월 항공업 경력이 전혀 없던 서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자로 알려진 태국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채용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며 받은 월급과 체류비 2억여 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다혜씨 측에 생활비를 지원하다 타이이스타젯 취업 직후 끊겼다면 뇌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지만 재임시절 대통령의 인사 거래가 사실이라면 국정을 농단한 중대 사안이다. 갈수록 증폭돼 온 이 의혹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지금껏 단 한번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법적 책임과 별개로 적어도 국민에게 설명하고 도의적 책임은 느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검찰도 당당할 수만은 없다. 범죄혐의 판단은 검찰 몫이나, 증거판단을 권력 유불리에 따라 달리 적용하면서 수사 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미 서씨의 칠순 노모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통해 회유와 겁박을 하는 등 무리한 수사방식이 논란이 됐다. 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했고,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도 탈탈 털었다.

정권 초기엔 뭉개고 있다 지금에서야 갑자기 먼지떨이식 수사에 나서는 것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권력이 여론에서 고립되는 등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 역시 수사명분인 범죄척결의 순수성을 믿기 어렵게 한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권력이 박연차 게이트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한 것과 유사해 보이는 이유다.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의 지지부진, 명품백 수수에 대한 무혐의 결론에 여론 비판이 커지는 시점에 이렇게 수사 속도를 내는 게 단지 우연이라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 조사가 필요하다면 김 여사 조사와의 형평도 고려함이 마땅하다. 국면전환용으로 전직 대통령 망신주기 수사를 한다면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