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싱크홀, 절반이 낡은 상·하수관 탓인데… 땅 속 노후관 즐비

입력
2024.09.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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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이어 종로, 강남서 또 '땅 꺼짐'
전국 상하수관 40%가 노후관 분류 
"지반 진단 다양한 장비 활용 필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 한복판에서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해 차량이 통째로 빨려들어가 2명이 다친 데 이어 이틀 뒤인 31일에도 서울 종로와 강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져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땅 꺼짐이나 지반 침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후화된 상·하수관 손상이 지목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노후 상·하수관 틈 물 새면서 지반 약화

땅 꺼짐은 지반에 갑자기 구멍이 생기는 현상, 지반 침하는 도로 표면이 내려앉는 현상을 말한다. 두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 낡은 상·하수관이라는 사실은 통계로 입증이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2023년 지반 침하 요인 중 상·하수관 손상이 485건으로 50.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다짐(되메우기 불량) 171건(17.8%), 굴착공사 부실 82건(8.5%) 등의 순이었다.

종로와 강남의 땅 꺼짐, 지반 침하도 상·하수관 문제로 추정된다. 31일 오후 4시쯤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에 생긴 가로 40㎝, 세로 40㎝, 깊이 1.5m의 땅 꺼짐 현장조사를 담당한 서울북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하수관 손괴로 토사가 휩쓸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정오 강남구 9호선 언주역 도로에서 발견된 침하에 대해 서울동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지하 배설 상·하수도 문제로 보인다. 관련기관에 점검을 의뢰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철로 된 상수도관의 경우 지자체 표면에서 일어난 자기장이나, 토양의 수분, 염도, 박테리아 등으로 부식이 발생하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하수도관은 공사 시 발생하는 진동 등을 받다 보면 균열이 일어난다. 이렇게 생긴 상·하수관 틈으로 물이 새나가면서 주변 지반이 약해지고, 땅 꺼짐이나 지반 침하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다양한 조사 방법 동원돼야"

문제는 노후화된 상·하수관이 전국 곳곳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상·하수관 40만9,625㎞ 중 노후화 구간은 16만1,457㎞(39.4%)에 달한다. 통상 상수관의 경우 만들어진 지 21년, 하수관의 경우 20년이 경과하면 노후화됐다고 판단해 정비 대상으로 분류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반 침하 발생 지역 27곳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싱크홀 우려 구간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시행해 지난달까지 전체 도로길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5,787㎞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3개월 전 서울시 조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고도 땅 꺼짐이 발생한 연희동 사고에서 보듯 현행 지반 침하 진단법의 한계도 분명하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낡은 상·하수관 손상 등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의 경우 대개 지하 2m밖에 탐지가 안 된다"고 했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GPR 외에 센서가 탐지된 기기를 활용해 압력이나 지하수위 등을 확인하고 중앙장치에서 데이터를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질에 맞지 않은 토목 공사도 대도시 땅 꺼짐의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지하철역 주변 등 위험 지역은 침하를 야기할 수 있는 배수공법이 아닌 방수공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