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가솔린 엔진의 안정성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PHEV는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가솔린 엔진)을 결합해 구동되는데 우선 충전된 배터리만으로 30~70㎞가량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그러다가 전기가 방전되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WSJ는 "전기차처럼 운행하다가 방전되면 자동으로 내연기관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며 "운전자에게 유연하고 경제적 주행 선택지를 제공하는 게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국산·일본산 하이브리드차와 다르게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PHEV의 인기가 높다. 대부분 가까운 거리는 전기차처럼 충전해서 사용하다가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면 충전 걱정 없이 휘발유를 채워서 달리면 되니까 편리하다. 전기차에 좀 더 가까운 동력 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BMW가 최근 내놓은 '뉴 530e PHEV'가 대표 주자로 꼽힌다. 평소 자동차를 가까운 거리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최적의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마침 BMW 5시리즈에 새롭게 추가된 뉴 530e 모델을 타볼 기회가 생겨 시승해봤다. 시승은 서울과 수원을 왕복으로 오가며 약 80㎞가량을 달려봤다. 시승 모델은 BMW 뉴 530e M스포츠 패키지 모델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M스포츠 패키지 모델의 경우 9,220만 원이다.
처음 뉴 530e를 마주했을 때 우람한 외형에 키드니 아이코닉 글로우가 밝게 빛나 세련된 느낌을 줬다. 실제로 이 차는 전장이 5,060㎜로 한눈에 봐도 차체가 크다. 키드니 아이코닉 글로우는 라디에이터 그릴 테두리를 따라 조명이 설치돼 밝게 빛을 내는 기능인데 멀리서 봐도 다른 차보다 눈에 띈다. 최근 나온 BMW 차량은 대부분 키드니 아이코닉 글로우가 적용돼 패밀리룩을 완성한다.
무엇보다 이 차는 웅장한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시동을 켜거나 끌 때 서행하거나 후진 중일 때도 다양하면서도 묵직한 소리를 내는데 엔진음과는 또 다른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아마 처음 시동을 켜고 달릴 때는 전기차로 주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BMW가 엔진 소리의 공백을 메워줄 독창적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BMW 측은 이 소리를 세계적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와 함께 고민해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한스 짐머는 영화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등의 웅장한 분위기를 만든 음악감독이다. BMW는 "전기차에 적용되는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은 짐머와 협업해 만들었다"며 "전기 세단 i4, XM, i5, i7 등 BMW 전동화 라인업에 적용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모델은 이전 세대보다 최고 출력이 63%나 높아진 184마력 전기모터가 들어있다. 덕분에 190마력 BMW 트윈 파워 터보 엔진과 합쳐지면 합산 최고 출력 299마력을 발휘한다. 여느 고급 세단보다 강력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전기차처럼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의 파워에 힘을 보태 차량을 뒤에서 밀어주는 주행 질감이 느껴졌다.
승차감도 돋보였다. 뒤 차축에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고속도로는 물론 과속 방지턱이 많은 도심 골목길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코너를 돌 때도 앞바퀴와 뒷바퀴의 회전 방향을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핸들링을 시험해 봤을 때도 차체 흔들림 없이 균형이 잘 유지됐다.
BMW 측은 전기모드 주행 거리도 이전 모델 대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 모델에는 18.7kWh(킬로와트시) 고전압 배터리가 들어있어 1회 완전 충전으로 최대 73㎞(환경부 인증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이는 이전 세대(45㎞)보다 62% 증가한 수치이다. 전기 충전만으로도 이틀 정도는 서울 시내 출퇴근이 가능할 듯하다. 여기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배터리를 완충하면 공인연비 기준 최대 751㎞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장거리 운전에 나서도 걱정할 부분이 사라진다. 복합 연비는 리터(L)당 15.9km(엔진+모터 기준)로 알려졌는데 실제 주행해보니 L당 20㎞를 넘게 달릴 수 있었다.
다만 한 번 충전하면 수백㎞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와 비교할 경우 잦은 충전으로 다소 번거로울 수는 있다. 퇴근 후 집 주차장에서 완속 충전기를 꽂아뒀다가 아침에 완충된 상태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운전자라면 이 모델은 본격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기 전 최선의 선택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