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말 대처법

입력
2024.09.01 16:3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외설적 비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민주당 후보 지명을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거짓 비난했다. 또 근거 제시도 없이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 책임이 해리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빌 게이츠가 죄수복을 입은 조작 이미지와 오바마 전 대통령을 군사법정에 세우라는 주장을 인용했는데, 단 하루 만에 저지른 일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70일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진영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근거 없는 주장과 조작한 이미지는 트럼프와 지지자의 주요 전술이 되는 모양새다. 젊은 여성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습의 조작 사진을 올리는 가짜 SNS 계정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미국인도 아니고 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유명인 등의 사진을 도용해 조작한 것이다. CNN은 이런 가짜 계정들이 모두 ‘#MAGA2024’ 같은 해시태그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짙다고 분석했다.

□막말 거짓 외설은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꺾을 수 있었던 주요 무기였다. 그가 막말을 할 때마다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백인 중하층 유권자가 통쾌함과 동질감을 느꼈다. 이런 막말에 힐러리가 대응할수록 그가 거만하고 위선적이라는 느낌을 강화할 뿐이었다. 워런 버핏은 “어떤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협상 기술이 절반쯤 미친 척하는 것”이란 말을 남겼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무역전쟁을 우려하며 한 말인데, 트럼프 막말의 핵심을 찌른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트럼프 막말 대처법을 바꿨다. 우선 메시지를 반박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의 태도를 꼬집는 거다. 팀 월즈 부통령 후보의 “트럼프는 괴상해”가 큰 호응을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무시다. 지난 주말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인종 문제로 공격한 것에 대해 “지겹다”는 한마디로 일축한 것이 그 예다. 대선이 박빙일수록 트럼프의 막말과 거짓은 더 지독해질 것이고, 해리스는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정영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