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880→864→792원···밀리면 죽는다, 대형마트 꽃게 '최저가 전쟁'

입력
2024.08.31 12:00
롯데마트 21일 100g당 893원
24일 이마트 880원 전쟁 시작
10원 단위로 내리고 또 내리다
30일 700원 후반대까지 떨어져
"수산물은 OO마트" 자존심 싸움


가을 꽃게를 두고 대형마트 간 '10원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31일부터 다음 달(9월) 5일까지 전 점포에서 가을 햇꽃게를 100g당 792원(신세계포인트 적립 시)에 판매한다"고 30일 밝혔다. 꽃게 금어기(6월 21일~8월 20일·禁漁期)가 끝난 직후인 21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발표한 꽃게 100g당 가격은 각각 950원, 893원, 990원. 그런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 가격이 700원 후반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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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금어기 직후 롯데마트가 800원 후반대 가격을 제시했을 때만 해도 경쟁사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단기 이벤트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사흘 뒤인 24일 이마트가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 전단에 표시된 가격보다 싼 880원에 꽃게를 팔면서 최저가 경쟁이 시작됐다.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는 첫 행사 기간이 끝난 직후인 29일 가격을 871원으로 낮췄다. 이날 보도자료 제목은 '더 싼 데 있으면 나와 봐!'였다. 이마트는 물러서지 않았다. 반나절 뒤 가격을 864원으로 내렸다. 다음 날 오전 롯데마트가 다시 850원으로 맞불을 놓자 이마트가 아예 792원까지 확 낮춰버린 것이다.

대형마트가 이렇게 적자를 감수하며 최저가 경쟁을 펼치는 것은 그만큼 꽃게가 마트의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금어기 해제 이후부터 10월 초까지 가을 꽃게 매출이 연간 꽃게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또 연중 내내 판매되는 고등어, 오징어 등과 달리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수산물이라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끄는 모객 효과도 뛰어나다. 게다가 꽃게는 산지 네트워크가 워낙 중요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이 쉽사리 뛰어들 수 없는 분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철 수산물은 OO마트가 싸다는 인식을 확보하기 위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모두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며 "가격 경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홈플러스는 첫 번째 행사 종료 이후인 29일부터 100g당 1,140원에 판매하며 가격 경쟁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26일부터 꽃게 기획전을 개최한 쿠팡은 100g당 890원에 판매 중이다. 쿠팡은 기획전이 끝나는 9월 2일 새 가격을 적용할 예정이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