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반팔티, 쥬시후레쉬 민소매티, 켈리 양말. 최근 식품 업체들이 패션 업계와 손잡고 젊은 층을 겨냥한 톡톡 튀는 컬래버(협업)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종(異種) 결합을 시도,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거나 다소 정체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목적이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30일 대표 브랜드인 빼빼로와 여성 영캐쥬얼 브랜드 랩(LAP)이 협업해 제작한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티셔츠나 바람막이, 우산 등에 빼빼로 영문 브랜드명 'Pepero' 그래픽이 새겨졌다. 회사 관계자는 "102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컬래버"라며 "모델 화보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7월에도 롯데웰푸드는 패션 브랜드 미치코런던과 협업해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로고가 디자인된 반팔 티셔츠 등을 선보였다. 1972년 출시된 국내 최장수 껌과, 1990년대 길거리 패션을 장악했던 미치코런던의 만남이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1990년대 세기말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두 브랜드 만남이 기성세대에게는 반가운 느낌을, 젊은 세대에겐 색다른 느낌을 준다"고 했다.
다른 업체들도 컬래버에 적극적이다. 5월 유명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유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과 손잡고 스마일, 핑크베어 등 노티드 캐릭터가 그려진 여름 아동복을 출시했다. 지난해 4월 오뚜기는 미국 신발업체 크록스(Crocs)와 협업한 신발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뚜기 카레, 진라면 등 대표 제품을 형상화해 크록스 신발 물 빠짐 구멍에 끼우는 액세서리 '지비츠(Jibbitz)'를 만들었다.
별다른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주류업체와 패션업계의 협업도 화제다. 하이트진로는 7월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와 손잡고 맥주 켈리 이미지를 입힌 티셔츠와 타월, 양말 등의 협업 상품을 내놓았다. 6월에는 세계적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키스와 협업을 전개해 소주 진로이즈백 로고가 담긴 후드 티셔츠와 모자 등을 선보였다.
식품업체가 패션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신선함 때문이다. 수십 년 전 출시돼 각 카테고리에서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더라도 1020에게는 낯설거나,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에 젊은 세대에게 힙(hip·유행에 밝은)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롯데웰푸드가 국민 간식 빼빼로의 영문 브랜드를 내세워 트렌디한 컬래버 제품을 내놓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펀슈머(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하는 측면도 있다. 2019년 하이트진로가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와 협업해 400개 한정판으로 선보인 참이슬백팩이 대표적. 참이슬 오리지널 팩소주 모양을 본떠 제작한 디자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5분 만에 완판됐다. 꽃게랑(빙그레) 가운, 너구리(농심) 후드티셔츠, 새우깡(농심) 잠옷 등도 핫템으로 떠오르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