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품목별 가격 양극화 현상을 보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D램 가격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상승세에 힘입어 연말까지 증가세를 이어가지만 낸드 플래시는 가전제품 등 정보기술(IT) 분야 실수요가 줄며 4분기(10~12월) 하락세로 돌아설 거라는 예상이다.
3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평균 계약 가격은 올해 3분기(7~9월) 8~13%, 4분기 3~8%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부가 제품인 HBM의 가격 상승률이 3, 4분기 모두 10~15% 달해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분석됐다.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 상승은 HBM3E(5세대)의 침투 확대와 제한된 신규 용량으로 인한 공급 제약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량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가 아직 이어져, AI가속기에 쓰일 HBM이 메모리 시장을 이끈다는 말이다. D램을 층층이 쌓은 HBM 수요가 늘면서 가전제품, 노트북 등 전통적 IT 제품에 필요한 범용 반도체 생산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범용 D램 가격 역시 하반기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범용 반도체 재고가 늘고 있는 데다 소비자 수요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가격 상승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가 2023년 3분기부터 D램 재고를 공격적으로 늘려왔고, 재고가 올해 2분기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는 예상대로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스마트폰 재고는 지나치게 많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AI 기반 PC를 기다리면서 노트북 구매가 지연돼 시장이 위축됐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주로 가전제품, PC에 쓰이는 메모리 제품의 현물 가격이 약세를 보여 2분기(4~6월) 가격은 1분기(1~3월)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3분기 5~10% 상승하지만, 4분기에는 0~5%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수요가 적다 보니 "소비자가 지출에 더 신중해짐에 따라 수요를 자극하려면 가격이 매력적으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모듈 제조업체가 소비자용 낸드의 소매 채널을 통한 출하량이 전년 대비 40%나 크게 줄었는데 이는 메모리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시장의 심각한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며 "메모리 산업은 일반적으로 주기적 변동의 영향을 받지만 상반기의 출하량 급락은 시장 예상을 넘어섰으며 하반기에 수요가 눈에 띄게 되살아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