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일 만에 취재진 앞에 선 윤석열 대통령의 소회는 세간의 평가와 별개로 '후련함'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의대 증원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국정 과제부터 예민한 정치적 사안까지 본인의 생각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정 과제 추진에 있어서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관계에서도 찜찜함을 남겼다. 특히 의정갈등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대통령실은 특히 한 대표가 당 연찬회에서 마련된 정부·대통령실의 '의료개혁 보고'에 한 대표가 불참한 데 데해서도 마땅치 않은 눈치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 등 참모진과 회의를 갖고 오전에 진행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 대한 의견과 반응을 청취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고, 윤 대통령도 스스로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브리핑이었다고 자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사전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온 만큼 뒤따르는 후련함과, 마음속에 담아놨던 구상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니 국민들도 알아주리란 기대감이 있으신 듯하다"고 설명했다. 전날 브리핑 후 자신감이 붙은 듯한 윤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오는 11월에도 기자회견을 진행하면 어떻겠냐'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평가와 별개로 대통령실 참모진 사이에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도 느껴진다. 전날 당 연찬회 등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당정 간 불협화음 때문이다. 비록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전날 모두 "당정 갈등은 없다"거나 "당정 갈등 프레임은 사치"라며 선을 그었으나, 실상 양측의 불편한 기류는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 대표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시선은 대부분 여당 대표의 '소통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이다. 전날 연찬회에서 마련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의료개혁 보고'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한 대표가 정부 보고가 끝난 뒤에야 행사장으로 돌아와 "저는 들은 얘기"라며 불참 이유를 설명한 게 상징적 장면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개혁에 관해 본인 목소리를 세게 내려면 정부의 입장, 현장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어봐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다소 황당한 반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이 의료개혁 방안을 결정할 때는 정부 출범 후 현장 조사, 통계, 여론조사 등을 녹여서 진행했는데, 한 대표는 당 의견 수렴조차 없이 개인 의견만 가지고 판을 흔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대표도 이런 대통령실 내부를 향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연찬회 폐회식 이후 "(당정 간) 이견이 있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냐. 특히 중요 이슈에 대해, 민심과 다른 내용들이 많은 경우엔 그걸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63%(전당대회 득표율)가 지지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당정갈등이 아니라 '한정'(한동훈과 정부) 갈등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일각이라는 게 대통령실 일부 같은데, 익명으로 말하는 자체가 좋게 만들지 않는 것 같다"며 "제가 당대표잖냐"고 용산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