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조력 위해 '정보사 안가' 썼다는 연구소...교육 연구 활동이 대부분

입력
2024.08.30 19:30
국방 용역자료 대부분 군사정보 관련 교리 연구 및 교육
정관 개정 통해 단체 관련 대외 세미나·발표회 활동 강조

국방정보본부 등 군사정보기관 출신 예비역으로 구성된 군사정보발전연구소가 국방부와 주로 '교육' 중심으로 연구계약을 체결하고, 대외공개 활동을 확장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소는 최근 정보사 지휘부 하극상 사태의 진원지로, 정보사의 공작활동을 돕는다는 이유로 영외 비밀 사무실을 사용해온 곳이다.

30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구소는 2010년 국방부의 인가를 받으면서 '군사정보 교육 및 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내세웠다. 이후 2015~24년 총 일곱 차례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육군정보학교 교리발전'과 '북한이탈주민 초빙교육' 등 교육과 관련된 사업에 주력했다.

앞서 연구소는 정보사 하극상 사태로 이목을 끌었다. 정보사 여단장이 연구소에 서울 충정로의 정보사 영외 사무실(오피스텔)을 월 1회 이상 사용하게끔 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사령관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과정에서 충돌한 것이다. 당시 여단장은 공작명 '광개토 사업'에 연구소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 의원이 자료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연구소는 정보사의 공작 활동과 무관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일례로 연구소는 올 상반기 국방정보본부와 '미래안보환경에 부합된 정보조직 발전방안 연구' 사업을 체결했다. 정보조직 편제를 다루는 연구기 때문에 시행령상 3급 비밀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 같은 연구가 비밀연구소에서 진행해야 할 만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비밀 사무실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도 △2023년 전투발전 연구용역 △북한 공시기관 성명담화 및 논평 분석기법 개념 연구 △북한 군사교리 연구용역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정관 개정을 통해 대외활동 확장을 꾀했다. 제1장 총칙 제5조(사업) 5항을 '군사정보 교육, 정보 훈련 평가, 훈련기법 연구 등'에서 '군사정보발전과 관련된 세미나, 포럼 연구발표회 등 개최'로 수정한 것이다. 이 역시 정보사의 공작명 '광개토 사업'과 무관하긴 마찬가지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외활동이 활발한 민간단체가 공작 목적으로 비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예비역 장성들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최근 군무원의 기밀유출 사건과 정보사 하극상 사태 등으로 인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직개편이나 어떤 부분을 보완해 갈지 검토하고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며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그 부분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군검찰단은 지난 27일 2022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군사기밀 및 군사상 기밀을 넘겨주는 대가로 약 1억6,000만 원을 수수한 군무원 A씨를 구속기소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