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의 반려견을 아파트 9층에서 던져 죽게 한 남성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징역형을 피했다. 동거인은 죽은 반려견 외에도 또 다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데, 법원이 학대범과 동물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상황을 방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23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4단독(판사 박민) 재판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A씨는 40시간의 동물학대 재범 예방강의 수강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하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인과 다투던 도중 반려견이 대소변을 보며 짖자 베란다에서 창 밖으로 집어던져 죽게 한 혐의를 받았다. 던져진 반려견은 아파트 화단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움직이지 못했고, 이 모습을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이 목격했다. 초등학생들은 인근 지구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옮겼다.
동물병원 수의사는 비장 파열 및 출혈성 쇼크가 왔다고 반려견의 상태를 진단했다. 수의사는 "수술하면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있다"고 A씨와 동거인에게 설명했지만, 이들은 이를 거부하고 반려견을 데려갔다. 결국 반려견은 동거인의 집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조사에서 확보한 증거와 과학수사를 통해 A씨가 개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추궁했고, 결국 A씨도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A씨에게 징역 1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원도 A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생명 존중이 결여된 동물학대 행위"라고 A씨의 행위를 평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시에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동종 범행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원 결정이 다른 학대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A씨의 동거인은 이번에 목숨을 잃은 반려견 외에도 다른 반려견 한 마리를 더 키우고 있는데, A씨가 풀려나면 학대 현장에서 생존한 반려견이 학대범과 다시 마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번 사건을 공론화한 동물권행동 ‘카라’의 윤성모 활동가는 “A씨와 동거인의 관계가 아직 유지되는 정황이 보인다”고 동그람이에 전했다. 그는 “A씨 재판 과정에서 동거인이 카라에 접촉해 선처 탄원서를 써줄 것을 요청했다”며 “설사 두 사람의 동거가 끝났다 해도 동물학대 사건으로 반려견을 잃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선처를 요구하고 나선다는 점이 일반적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생존한 반려견은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노원구가 임시격리 조치했다. 그러나 반려견 소유자인 A씨의 동거인은 재판이 끝나기 전 반려견을 데려갔다. 그는 노원구 관계자에 “A씨와 현재 같이 살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윤 활동가는 “설사 A씨와 동거인이 함께 살지 않는다 해도 두 사람이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갈 정황은 보이는 만큼, 생존한 반려견과 학대범이 마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카라는 이 점을 들어 재판부의 판결이 동물학대 예방에 역행한다며 지난달 26일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이들은 “가족처럼 여겨지는 반려동물을 고층 아파트에서 집어던지는 행위는 끔찍한 범죄”라며 “동물학대범이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사육금지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A씨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