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CEO, 체포 후 프랑스 재계 거물·마크롱 등 인맥 언급"

입력
2024.08.30 07:53
구명 시도로 추정... 보석 석방 후 예비 기소
마크롱 "도착 사실도 몰랐다" 유착 의혹 부인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가 최근 프랑스에서 체포되자 해당 사실을 프랑스 재계 거물에게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경찰을 상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인연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두로프는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체포된 이후, 경찰 측에 자신의 체포 사실을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모바일의 모회사인 통신그룹 '일리아드' 창업자 자비에 니엘에게 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대부'로 불리는 억만장자 니엘은 마크롱 대통령과도 가까운 재계 인사다. 두로프는 이와 함께, 경찰에 구금돼 있는 동안 마크롱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도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로프가 프랑스 정·재계 고위 인사와의 인맥을 과시한 것은 '구명 시도'로 추정된다. 두로프는 전날 보석금 500만 유로(약 74억 원)를 내고 보석 석방된 뒤, 예비기소(추가 조사 후 정식 기소를 하기 위한 절차) 처분을 받았다.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프랑스를 벗어날 수 없는 상태다.

마크롱 대통령은 두로프와의 '유착 의혹'에 선을 그었다. 앞서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전날 "두로프가 2021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기 전, 마크롱을 수차례 만났다"고 보도했는데,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로프가 프랑스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그와의 친분을 부인했다.

프랑스에서는 2021년부터 고위 인사에게만 적용되는 특별절차를 통해 프랑스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르몽드는 "(시민권 부여) 혜택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장관이나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한다"며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절차"라고 지적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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