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의 운영 노하우를 가미한 신개념 매장을 새롭게 선보였다.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은 생활필수품과 잡화 등 비(非)식품 공간을 과감하게 줄이고 그 자리에 도서관과 유명 맛집, 놀이 공간까지 각종 휴식·체험 매장을 확충한 게 눈에 띈다. 기존 강점인 식료품(그로서리) 분야도 더 강조했다. 실내 공간에서 돌아다니며 먹고, 즐기고, 장 보는 몰링(malling) 요소를 강화한 셈. 이커머스의 공습에 맞서 이마트가 오프라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는 29일 경기 용인시 이마트 죽전점을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리뉴얼 오픈한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콘셉트를 이마트에 적용한 첫 매장이다. 실제 1층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명소인 문화 공간 별마당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북 그라운드(495㎡)가 조성됐다. 이곳에서 고객은 휴식을 취하며 책을 보거나 이벤트 스테이지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또 2층에는 어린이가 뛰어놀 수 있는 키즈 그라운드와 유명 맛집과 디저트 카페를 한곳에 모은 식음료(F&B) 매장 등을 배치했다.
반면 기존 지하 1층~지상 1층 2개 층(총 1만2,540㎡)을 사용했던 이마트 매장은 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탈바꿈해 지하 1층(7,590㎡)에 압축 배치됐다.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 델리 상품에 특화한 '그랩앤고' 코너는 길이 9m로 확대, 매장 입구에 들어섰다. 또 매장 한복판에는 대용량 초저가 상품을 정상가보다 2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홀세일존을 깔았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마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매력적 공간 구성이 필수"라며 "스타필드 마켓은 여가와 쇼핑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신개념 공간"이라고 했다.
이미 이마트는 지난해 인천 연수점, 경기 고양시 킨텍스점을 체험형 시설로 재단장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킨텍스점은 맛집은 물론 만화방, 스크린 골프장 등을 갖춰 가족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연수점에는 수산물을 원하는 요리 용도로 손질해주는 오더 메이드 코너나, 조리 로봇이 치킨을 튀겨주는 델리 코너를 배치해 장 보는 재미를 강화했다. 이에 연수점은 리뉴얼 후 1년 동안(2023년 3월 30일~올해 3월 29일) 고객 수가 직전 1년과 비교해 28% 늘었다. 2023년 7월 재단장을 마친 킨텍스점 역시 오픈 8개월 동안 고객수가 75%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죽전점은 지난해 전체 점포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핵심 점포"라며 "스타필드 마켓 죽전의 성과를 살펴보면서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리뉴얼 승부수는 이마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롯데마트 또한 지난해 말 서울 은평점 매장 면적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그랑 그로서리'를 개점했다. 보통 대형마트는 식품 비중이 50~60% 수준이라고 한다. 롯데마트는 수도권 소재 점포를 중심으로 그랑 그로서리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현재 30개 점포를 신선식품, 즉석식품, 간편식 등의 비중을 크게 늘린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했다. 리뉴얼 1년 차 점포들의 식품 매출은 종전 대비 최대 95% 성장했다고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생필품과 잡화, 신선식품까지 모두 사는 시대는 끝났다"며 "먹는 음식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고객이 많은 만큼 대형마트가 이커머스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는 먹거리 분야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