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개혁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지속 가능성·세대 간 공정성·노후 소득 보장'이다. 2055년 기금 소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입자 부담은 늘리되, 이에 따르는 저항을 줄이기 위한 세대 간 형평성 제고와 노후 소득 보장 방안을 제시해 개혁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목적이다.
윤 대통령이 먼저 강조한 부분은 지속 가능성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 이외에 "기금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유다. 모수 조정은 현재 9%인 보험료율과 40%인 소득대체율을 각각 얼마씩 올릴지가 관건이다. 수지 개선 관점에선 보험료율은 많이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적게 올릴수록 유리하다.
다만 구체적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자동 안정장치는 기대여명이나 출산율, 경제 상황 등 변수에 따라 연금 수령 시기나 지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연금액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수급자의 노후 안정성 약화는 피할 수 없다.
우려를 불식할 당근책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년 세대는 인상될 보험료를 내야 할 기간이 더 긴 만큼 보험료 인상 속도를 중장년 세대보다 늦춰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세대 갈라치기"라고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국민연금은 공무원·군인 연금과 달리 국가 지급 보장 의무가 법에 명시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국민연금도 국가의 보장 의무를 명시해 수십 년 뒤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청년층의 불안을 달래려는 의도다. 단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국가 부채가 늘어나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은 출산과 군 복무 크레디트 확대 방안도 약속했다. 현재는 군복무 기간은 6개월, 자녀가 2명 이상인 가입자는 12~50개월 각각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준다.
국민연금 개혁은 수지 개선에 초점이 맞춰지는 만큼 노후 소득보장에 소홀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보완책으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기타 연금 강화를 통해 소득 보장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우선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최대 33만4,810원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임기 내 4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문제도 해소하겠다고 했다. 퇴직연금 역할 강화와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방안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큰 틀의 연금개혁 원칙을 발표했지만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가 내달 초 구체적 개혁안을 내겠지만, 기초연금 증액이나 출산·군 크레디트 확대 등은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재원 대책 등 꼼꼼한 보완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연금개혁안을 심사할 논의체도 아직 미정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꾸리자고 주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보건복지위에서 심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도 논의 구조를 조속히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야당의 영수회담 요구에 여야 간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